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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 거부당한 이수기업 노동자들
해고 대응 문화제 열려다 사측과 충돌
노측 "소송·노조 활동 괘씸죄 적용" 주장
사측 "고용승계 법적 의무 없다" 반박
18일 울산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고용승계 문화제를 벌이려던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들과 사측이 동원한 인력이 충돌한 모습.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난 18일 오후 3시 무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현장에선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였던 이수기업 해고노동자들과 시민 등 300여 명이 모여 '집단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제'를 계획하고 있었다.
해고노동자들이 문화제를 위한 천막을 펼치려던 순간, 사측(현대차)이 동원한 건장한 남성들이 마스크와 흰 장갑을 낀 채 뛰어들어 천막을 빼앗았다.


문화제 참석자들과 사측 인력은 격렬히 충돌했고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끝내 10명의 문화제 참석자가 응급실에 실려갔다.
박정미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기획국장은 "현대차가 동원한 인력은 500명 정도였는데 체구가 작은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피해를 봤다"
며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나는 등 부상자만 3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해고노동자들과 현대차는 왜 거세게 충돌한 걸까. 사건은 지난해 9월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이수기업이 폐업하면서 시작됐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통상 1차 협력사가 폐업하고 다른 업체가 들어올 경우 기존 인력을 고용승계해줬다. 이는 노사 협약에도 보장돼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고용승계 대신 집단해고됐다.
해고 노동자는 모두 34명.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재는 노동자 19명이 현대차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고용승계 거부는 소송·노조활동 괘씸죄 적용?

18일 울산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이수기업 해고노동자 및 고용승계 문화제 참가자들과 사측이 동원한 인력이 충돌하면서 문화제 참가자 10명이 응급차에 실려갔다. 사진은 부상당한 참가자 모습.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조와 해고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불법파견 관련 소송을 했는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례적으로 집단해고한 것 같다"고 의심했다. 2003년 4월부터 현대차 협력사에서 일했다는 주용기(49)씨는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 중 이수기업으로 넘어오기 직전에 다른 현대차 협력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많다"며 "현대차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경력과 임금을 깎겠다고 해 이를 거부하고 불법파견 소송을 건 노동자들이 있는데 사측이 꽤씸죄를 적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불법파견 관련 소송을 건 사람들만 골라서 해고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노동자 전체에 대한 고용승계를 거부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주씨도 23년 동안 현대차 협력업체 세 군데를 옮겨가며 일했는데 고용승계가 거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한주 민주노총 금속노조 언론국장은 "노조활동에 대한 사측의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최근 법원이 '현대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이라는 취지 판결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회사가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특별채용을 제안한 적도 있다"며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특별채용에 응하는 대신 노조를 중심으로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끝까지 요구했는데, 이 때문에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승계 투쟁 중인 19명 중 노조원은 17명, 비노조원은 2명이다.

다만 현대차는 해고노동자들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선 이수기업 대표의 개인적 사정으로 자발적 폐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수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 상실 문제가 현대차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또 법원이 '현대차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도 다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현대차는 이수기업에 근무했던 노동자 중 100여 명을 특별채용 형태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회사가 제시한 특별채용을 거부한 채 소송을 한 노동자들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패소했기에 고용승계에 대한 법적 의무도 없다는 게 현대차의 반박이다. 당시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 내용은 협력업체에서 일한 기간이 불법파견이었던 만큼 그 기간의 경력과 임금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한 듯 '협력업체 폐업 시 고용승계한다는 노사협약을 맺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그런 협약을 맺으면 불법파견"이라고 맞섰다.

해고노동자들은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지만 투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평생을 '내 회사'처럼 일해온 현대차에서 버려질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주씨는 "20년 넘도록 현대차 선적부에서 일하며 수출 차량 분류부터 라벨링까지 전 과정을 담당했다"며 "실업급여 수급 기간(최대 270일)이 끝나는 6월 말 이후부터는 대출을 받아서 생활을 해야 할 판이지만 평생 일해온 직장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해고노동자들은 문화제 당시 사측과 충돌해 발생한 피해상황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21일 연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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