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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4개월차를 맞아 헌법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미국 사회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 취임 첫날부터 쏟아져 나온 초법적 행정명령들에 이어 최근 대학·시민단체·로펌·언론 등 자신을 적대시한 기관을 향한 공격을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잘못 추방한 이민자의 처분을 두고 연방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는 행태는 ‘헌정 위기론’이 쏟아져나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연합된 시민들의 봉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르시아를 데려와라”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는 시위가 또다시 열렸다. 독립전쟁 발발 250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이날 ‘50501’(50개 주에서 50개의 시위를 같은 날 벌이자) 주도로 수도인 워싱턴, 뉴욕, 시카고 등에서 수천명이 시위에 참석했다.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데려와라’는 시위의 주요 구호였다.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던 엘살바도르인 가르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갱단 조직원’으로 분류된 뒤 아내와 세 아이를 미국에 둔 채 지난달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추방됐다. 이후 행정부는 추방이 ‘행정적 오류’ 때문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데려오라’는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부당하게 엘살바도르로 추방된 가르시아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전날 백악관 공식 인스타그램은 가르시아 이야기를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를 게시한 뒤 “기사 좀 고쳐줄게”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기사 제목인 ‘상원의원이 잘못 추방된 메릴랜드 남자를 엘살바도르에서 만났다’를 ‘상원의원이 다시는 미국에 오지 않을 MS-13(갱단) 소속의 불법 체류자를 엘살바도르에서 만났다’로 빨간펜으로 수정한 이미지를 함께 게시했다.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 행정부의 법원 무시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적성국 국민법을 근거로 베네수엘라 이민자 추방 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무시했고, 이후 해당 판사를 ‘과격 좌파’라며 탄핵하겠다고 협박했다.

트럼프 견제 시민단체엔 면세 지위 박탈 압박

‘면세 지위 박탈’도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비영리 단체인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의 면세 지위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익단체여야 면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들이 하는 일은 오직 ‘자신을 뒤쫓는 것뿐’이라는 게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석유 증산 정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도 같은 방식으로 위협 중이다. 워싱턴 소재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최근 한겨레에 “싱크탱크도 같은 방식으로 위협받고 있다. 면세 지위가 박탈되면 돈도 문제지만, 로펌의 무료 변론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맞설 무기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모두가 떨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신에 대한 수사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속해있거나 자신의 반대파를 변호했던 로펌의 연방정부 건물 출입을 막는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연방정부 청사에 들어갈 수 없는 로펌에 사건을 맡길 기업은 없다. 법원이 행정명령에 임시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고객을 대거 잃은 뒤였다. 행정부의 부당한 행위를 법원으로 가져오는 로펌은 같은 보복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화 상원의원마저 “두렵다”…NYT “봉기 필요”

공포 분위기는 공화당 의원도 비켜가지 않는다. 리사 무르코우스키(알래스카)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4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우리 모두 두렵다”고 말한 뒤 5초간 침묵했다. 이어 그는 “이건 정말 큰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내가 경험해본 적 없는 것”이라며 “나 자신도 목소리를 낼 때 불안함을 느낄 때가 많다. 보복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17일 ‘비정상적인 시대, 미국에는 비정상적인 시민 봉기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이 세워온 문명과 제도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는 권력을 제약할 수 있는 모든 제도를 약화시키거나 파괴하려 한다”라며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정치적 다툼이 아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전형적인 경쟁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공격하는 사건들을 개별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문명 질서를 해체하려는 단일한 시도”라며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대응, 정당을 초월한 시민의 단결된 봉기가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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