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특강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하루 전 특강에서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통합 메시지를 담기 위해 시간이 걸렸다’며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의 뒷이야기도 전했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강연 뒤 ‘분열과 혼란을 겪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관용과 자제”라고 답했다.
문 권한대행은 “관용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자제는 힘 있는 사람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4일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며 거대야당의 독주도 비판한 바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고 있다. 인하대 제공
문 권한대행은 이날 특강에서도 “탄핵소추가 야당의 권한이다, 문제없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렇다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는 답을 찾을 수 없다”며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느냐 아니냐, 현재까지 (국회의) 탄핵소추는 그걸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그걸 넘었다는 게 우리(헌재)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 선고에서 모순이 있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야당도 비판하는 의견을 결정문에 담았다는 분석을 에둘러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문 권한대행은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것이 통합”이라며 “나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너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르면 어떻게 통합이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 통합을 우리가 좀 고수해보자, 그게 탄핵 선고문의 제목”이라며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의 메시지를 담으면서 윤 대통령 파면 선고가 늦어졌다는 설명이었다.
문 권한대행의 이날 특강 주제는 ‘법률가의 길: 혼(魂) 창(創) 통(通)’이었다. 그는 ‘혼’에 대해서 ‘내가 왜 법률가가 되려 했나’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고 창의성을 뜻하는 ‘창’을 독창적이고 적절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법정에서 배심원의 의결을 당사자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조정한 경험을 공유했다. ‘통’은 막힌 것을 뚫고 물 같은 것을 흐르게 하는 소통과 연결하며 경청하는 자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