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첫 공판이 예정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법원 주변에 모인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쳤고, 탄핵을 촉구해 온 단체는 “재구속하라”고 했다. 양측 모두 마이크와 확성기를 사용했고, 경찰이 측정한 결과 집회 때 허용되는 소음 한도를 초과했다. 출근하던 시민들은 귀를 막거나 얼굴을 찡그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 2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문 인근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어게인” 등 구호를 외쳤다. 길 건너편 인도 위에는 ‘정의로운 지귀연 부장판사님을 응원한다’는 현수막도 걸렸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달 7일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내란 관련 재판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이기도 하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을 앞두고 법정 내 촬영을 불허하기도 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엄벌 및 재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이후 조직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해 온 단체인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오전 9시 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일말의 반성 없이 극렬 지지자를 선동해 내란 행위를 이어가려는 윤석열을 법원이 직권으로 재구속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 부장판사와 관련해 “검찰은 더 이상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제라도 지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동문으로 몰려와 “빨X이 XX들” “X개 북괴” 등의 욕설을 하며 비상행동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양측을 분리했고,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맞은 편 인도로 이동시켜 충돌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했다.
비상행동 측은 기자회견을 한 뒤 해산했고, 서울중앙지법 동문 인근도 윤 전 대통령 지지자 50여 명이 차지했다. 윤 전 대통령은 차량에 탑승한 채 이날 오전 9시50분쯤 동문을 빠르게 지나쳐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갔다. MKGA(Make Korea Great Again) 구호가 적힌 빨간 색 모자를 쓰거나 ‘윤 어게인’ 피켓을 든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 들어가자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경찰은 도심에서 열리는 주간(오전 7시~일몰) 집회의 경우 정10분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인 ‘등가소음도’는 70데시벨(㏈) 최고소음도는 9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 서울중앙지법에서 약 60m쯤 덜어진 곳에서 경찰이 측정한 등가소음도는 95.3㏈을 기록하기도 했다. 90㏈는 잔디 깎기 기계가 돌아갈 때 또는 시끄러운 공장 안 정도의 소음으로,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등가, 최고 모두 허용되는 기준치를 넘었다”고 했다. 경찰은 소음을 줄여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위대는 통제에 잘 따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법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어폰을 꺼내 귀에 착용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있어 손으로 귀를 막으려 해도 한쪽 귀밖에 막을 수 없어 곤란해하는 시민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으로 경호를 받고 있다. 이동할 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대 교통이 통제된다. 윤 전 대통령의 자택인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서 법원 청사로 가려면 왕복 8차로 서초중앙로만 건너면 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안전하게 법원에 출석할 수 있도록 경찰은 일대 횡단보도 통행을 10분쯤 통제했다.
이날 오전 9시47분쯤 횡단보도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리던 한 변호사는 “재판이 오전 10시에 시작되는데, 교통이 통제돼 늦게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