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인사위원회 위원인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직무유기죄로 고소했다. 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공수처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을 직무유기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해 9월10일 검사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고 이어 지난 1월20일 검사 4명을 추천했는데 7명 모두 아직도 임명되지 않았다”며 “이는 임명권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방기해 국가기관인 공수처 기능을 저해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는 5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인사위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인사위는 검사를 추천만 할 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임명 없이는 검사를 충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변호사는 한 대행이 이날까지 총 33일동안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검사를 임명하지 않아 공수처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소장에서 “지난해 9월 이래 적게는 7명, 많게는 11명의 검사가 공석이라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렸다”며 “12·3 내란사태 이후 공수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체포하고 관련 혐의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력난은 더욱 가중됐고, 그 기간 대통령 및 그 권한대행이 공수처 검사에 대한 어떠한 임명행위를 하지 않아 공수처는 기존의 검사 임명 계획까지 철회하는 등 존립조차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피고소인은 고소인을 비롯한 공수처 인사위 위원들의 공수처 임명 관련 심의·의결 권리를 방해 및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직권남용죄 소지도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 대행은 지난 8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한 대행은 지난해 12월26일 대국민 담화에서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일관성 없는 자의적 권한 행사”라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