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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물 금리, 상호관세 부과 후 4.5%로 급등
중국 대량 매도·헤지펀드 청산 등 가능성 제기
한미 금리 동조화 심화… 韓 국채 자극 가능성
금리 변동성 커지면 기업 투자 위축될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를 90일 유예한 결정의 배경으로도 채권시장 불안을 직접 언급하면서, 미국 금리 흐름이 전 세계 경제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채금리 급등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면서도, 아직은 단기 영향보다 장기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美 국채금리 10년물 4.5%·30년물 5.0%까지 올라
14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8%포인트 오른 4.48%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 2월 20일(4.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므로,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채를 대거 매도했다는 의미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불과 일주일 전인 3일만 해도 미국 10년물 금리는 4.06%까지 내려가며 작년 10월 16일(4.02%)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채권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실제로 발효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중장기물 국채금리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4일 기준 20년·30년물 금리는 각각 4.44%, 4.41%까지 하락했으나, 9일에는 4.78%, 4.72%로 반등했다. 30년물의 경우 상호관세 발효 직후 아시아 시장에서 5.0%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중장기물 금리는 11일에도 상승 폭을 키워 20년물은 4.91%, 30년물은 4.85%에 마감했다.

이 같은 국채금리 급등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중국 등 해외 보유국들이 미 국채를 매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장에서 미국채 금리가 급등한 만큼 중국의 보복성 대응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트럼프 취임 해인 2017년 8월부터 트럼프 1기 마지막인 2020년 12월까지 미국채 보유량을 총 10.8% 줄였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 감축 폭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1월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 7608억달러에 적용하면 총 819억달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채 금리 흐름을 토대로, 중국이 미국채 10억달러를 매도하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6.7bp(1bp=0.01%포인트), 30년물은 8.1bp 상승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차입 투자) 청산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헤지펀드들은 미국채 현물과 선물 가격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딩’ 전략을 취한다. 통상 이 과정에 수십 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물 가격이 급등(금리는 급락)하면 현물 가격 하락에 베팅한 펀드들의 손실이 커져 담보가 은행으로 넘어가고, 은행은 국채를 팔아 현금을 회수하면서 거래를 청산한다. 지난 3일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했으므로 이 경로를 거쳐 미국 국채가 시장에 풀려 금리가 급등했다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 불안 진화를 위해 움직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면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중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재정적자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10년물 4.5%, 30년물 5.5%가 ‘트럼프풋(Trump Put)’의 행사 가격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를 고려하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경기 부양에 나서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풋이란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 정책, 규제 완화 등의 방식으로 즉각적인 시장 부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을 말한다.

최근 韓美 금리 동조성 높아져… 국채 금리도 상승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당장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과거 우리나라 국채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에 연동돼는 경향이 있었지만 작년 10월 이후 동조성이 약해졌다. 작년 12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최근 국내 장기금리 움직임의 주요 특징 및 평가’ 자료를 보면 작년 10월 이후 우리나라 국채금리는 미 금리의 큰 폭 상승에도 오름세가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근 들어 금리 동조성이 다소 강해진 점은 우려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그간 미국채 움직임에 비해 국고채 금리 변동폭은 제한됐는데, 지난 3월 말 이후 미국채 금리가 하락할 때 국채 금리도 상당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최근에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오른 뒤에는 우리 국채 금리도 하락 폭이 제한되거나 좀 오르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했다.

부산항에 수출품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자료사진

실제 우리나라 국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을 보면 이달 들어 미국채 금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상호관세가 발표된 지난 3일(2.738%)부터 하락해 지난 7일 2.648%까지 내려갔다가, 관세가 발효된 9일에는 2.732%까지 올랐다. 상호관세가 유예된 10일에는 2.702%로 다시 내렸다. 30년물 국채도 지난 3일 2.559%에서 7일 2.570%까지 내렸다가 9일 2.652%로 올랐다.

만약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국채금리를 따라 우리나라 국채금리도 오를 경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국채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이는 한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국채금리 변동이 심해지면 기업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는 내수 부진을 심화시켜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JP모건 등 일부 해외 IB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GDP 성장률이 0.7%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1.5%)를 밑도는 수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이번에는 관세 유예 조치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세가 잦아들면서 구조적인 위험으로 번지는 것은 피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의 장기투자가 줄어들고 실물경제는 위축된다”면서 “특히 정부가 지출을 줄이는 환경 속에서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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