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언론을 표적 심의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에게 민원을 넣게 한 '청부 민원'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내란 사태 들어 휴대전화 기기를 두 차례 교체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T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보면, 류희림 위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13일과 지난달 20일 두 차례에 걸쳐 기존의 휴대전화를 새 기기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이 1차로 휴대전화를 바꿨던 지난해 12월 13일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당일 열린 국회 과방위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청을 받은 류 위원장은 오후 3시로 예정된 '어린이·청소년 출연자 인권 보호 토론회' 일정을 바꿀 수 없다며 불참했는데, 정작 토론회에 가지 않은 채 오후 3시 27분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작년 12월 13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어린이·청소년 출연자 인권 보호 토론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해당 토론회 참석을 이유로 당일 국회 현안 질의에 가지 않았지만 토론회에 류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제공: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석 달 뒤인 지난달 20일 류 위원장은 또다시 휴대전화 기기를 교체했습니다.
류 위원장이 줄곧 부인해온 '청부 민원' 의혹의 핵심 관계자가 국회에서 '양심 고백'을 한 지 보름 뒤였습니다.
재작년 '청부 민원' 의혹이 불거질 당시 방심위의 종편보도채널팀장이었던 장경식 현 강원사무소장은 지난달 5일 국회에서 "'류 위원장 동생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재작년 9월 류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폭로했습니다.
2차 휴대전화 변경 직후 류 위원장은 경찰로부터 다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황정아 의원은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과 한몸으로 움직이던 류희림이 윤석열 탄핵소추 직전 국회 출석까지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바꾸러 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며 "이는 결국 내란 세력과 결부돼 있다는 자백이자, 구속수사가 필요한 인물이라는 방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BC는 휴대전화 기기를 바꾼 각각의 사유는 무엇인지, 석 달 새 전화기를 두 번이나 바꿔야 했던 사정이 있었는지 등을 류 위원장에게 질의했지만 오늘 오전 현재 답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