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21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을 역할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대전 비전을 담은 ‘다시 성장이다’란 책을 편 데 이어 오는 13일 대선 출마 선언식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나, 선언식을 하루 앞두고 이날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참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깊은 고뇌의 순간이 있었고,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우리 당이 대선 국면에 진입해 너도나도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 과연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난 일주일 동안 당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불출마를 결심한 데는 윤 전 대통령 탄핵-파면 국면에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명태균 리스크’에 이어 지난달 토지거래허가제 정책을 번복하면서 신뢰도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대선을 앞두고 보석으로 석방된 상황에서 오 시장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의원 상당수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오 시장 쪽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의원들이 한 권한대행 출마 요구하는 성명을 검토하는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근 당 안에선 성일종·박수영 의원 등이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 의원은 “절반 넘는 의원들이 한 대행의 출마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8∼10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4.9%,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 결과를 보면, 오 시장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2%의 지지율을 얻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9%), 홍준표 전 대구시장(5%),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4%)보다 낮은 수준인데다, 이 조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한 권한대행(2%)과 같은 수준이다.
국민의힘은 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1차 경선에서 100%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뒤, 2차 경선에서 ‘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2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금과 같은 지지율 추세가 이어진다면 100% 국민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오 시장이 1차 컷오프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내에서 제기되는 한 권한대행 차출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분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대행 스스로의 결단·의지로 임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중도적 노선을 유지해왔던 오 시장이 불출마하면서, 오 시장을 지지하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 시장은 향후 경선에서 누굴 도울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장과 번영, 이 두 가지를 가지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생각이었다. 제 구상과 일치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 불출마 선언 직후 홍 전 시장은 “오세훈 시장님의 대선 불출마는 서울 시민의 우려에 대한 답이고 우리당에 대한 충정”이라며 “오 시장님이 말씀하시는 ‘다시 성장이다’라는 화두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화두는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향후 국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전 장관도 “오세훈 시장님의 고뇌 끝에 내린 대선 불출마 선언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기치로 내건 오 시장의 소명 의식에 적극 동의하며 이재명 집권을 막는 정권 재창출의 대장정에 오세훈 시장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편, 지난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이날 불출마하겠다며 뜻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