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항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건 위헌적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등을 통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헌재가 갓 취임한 마은혁 재판관을 주심으로 배정하는 등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빠르면 다음주쯤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야권이 한 권한대행을 비난하면서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사이 헌재가 첫 제동을 걸게 될지 주목된다.
사건 접수 하루 만에 주심 배당, 속도 내는 헌재…문형배 퇴임 전 결론 내나
헌재에는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을 문제삼으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최소 5건 이상 접수돼 있다.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헌법소원 등을 냈던 청구인 당사자들이 ‘한 권한대행의 위헌적 재판관 지명으로 인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지난 9일 제기한 소송들이다.
헌재는 사건 접수 하루만인 지난 10일 마 재판관을 이 사건들의 주심으로 지정했다. 주심은 무작위 전자배당 시스템으로 정해졌다. 지난 9일 마 재판관이 취임해 ‘9인 완전체’를 이룬 헌재가 곧바로 사건 심리에 돌입한 것이다.
헌재 내부에선 “헌법소원 사건과 가처분을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자”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 재판관은 오는 15일 평의를 열고 쟁점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빠른 결정이 필요하고 본 사건보다 심사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처분의 성격상 곧바로 평결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이 동의하면 가처분은 인용된다. 그러면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은 정지된다.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다는 점도 헌재가 결정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두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고 ‘7인 체제’가 돼도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심리할 수는 있지만, 사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9인 체제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에서다.
헌재가 오는 18일 전에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6인 체제로 심리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4일 만에 인용됐다. 당시 헌재는 김기영·이영진·이종석 재판관 3명이 퇴임을 3일 앞둔 상황에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한덕수 폭주’에 제동 걸까…법조계 “가처분 인용 가능성 크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헌재가 가처분을 인용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대통령이 궐위 시에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헌법적으로 소명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헌재의 현 상황을 두고 분쟁이 있는 상황에서는 재판을 하는 건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가처분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강행할 우려가 있고, 두 재판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가처분 결정의 조건인 ‘긴급성이 있는지’ 등이 충족된다”며 “3~4일 내로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