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자유대학 소속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권도현 기자
불법 비상계엄 선포 행위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하면서 지지자들과 포옹·악수를 하며 인사하자 시민들은 “명예롭게 임기를 마친 대통령처럼 퍼레이드 하듯 퇴거하다니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10분쯤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약 4분간 청년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이후 차량에 탑승해 손을 차창으로 흔들어보이기도 했다. 그는 떠나려다가 다시 차에서 내려 집회 참석자들과 악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경찰·대통령 경호처의 호위를 받으며 서초동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로 향했다.
관저 퇴거 모습을 TV생중계로 본 시민들은 “헌법을 부정한 전직 대통령이 환영받는 모습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모씨(45)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당해 쫓겨나면서 ‘카 퍼레이드’를 하듯 경호를 받았고, 지지세를 과시하며 분열된 정치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며 “최소한의 염치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있었다는 점이 서글펐다”고 말했다. 송진혁씨(30)는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 봐서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지세를 이어가고, 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모씨(60)도 “윤 대통령이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기는커녕 지지자들을 통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했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모씨(36)는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났고, 이제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하는 시점인데 오히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모씨(24)는 “대선 날짜까지 정해졌는데 왜 ‘윤 어게인’을 외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젊은 참가자도 눈에 띄던데 같은 세대로서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지 생각하다 보면 착잡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전날 서울고법에 ‘윤 전 대통령이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날 이를 허용했다. 윤원섭씨(30)는 “법원에는 지하로 들어갈 거면서 관저에서는 떳떳하게 나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화가 나고 속이 부글거린다”며 “관저 앞에서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나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X(옛 트위터)에서도 한 이용자(@movexxxxx)가 “석방될 때와 관저 퇴거 장면은 공개적으로 보여주면서 내란죄 재판은 얼굴 안 팔리게 지하로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이냐”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SJRMxxxxxxxxxx)는 “관저에서 나가면서 사죄도 없이 뻔뻔하게 웃는 얼굴을 들이밀던 당당한 태도는 어디 갔길래 재판은 숨어서 들어가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