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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인터뷰 | “윤석열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 탄핵심판 국회 대리인단 장순욱 변호사

검찰서 진술 거부 김용현, 포고령의 비밀 털어놔
조태용-김건희 문자는 경찰 덕분에 알게 돼
법치주의는 대통령 같은 권력자가 지켜야 하는 거라고 헌재가 적시
계엄당일 슬리퍼 신고 뛰쳐나갔던 시민들 증언 보며 ‘충전’
주권자로서 헌법 지켜낸 경험으로 혼란 극복할 것

안녕하세요. 논썰의 이재성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이 탄핵 일주일 만에 관저에서 나왔습니다. 사실상 일주일 동안 무단점거를 했던 셈인데, 한마디 유감 표명조차 없었습니다. 대신 대대적인 환송 파티를 벌였다고 합니다. 요리사들을 불러 거나한 만찬을 즐겼다는 제보가 있었고, 영상까지 공개됐습니다. 누가 비용을 댔는지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만약 국고가 쓰였다면 환수해야 하고, 관련자들은 처벌해야 합니다. 공적 마인드라고는 정말 눈곱만큼도 없고, 나랏돈을 멋대로 탕진하는 버릇은 취임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치의 변함이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무도한 자가 대통령 자리까지 오르게 됐는지, 우리 사회는 두고두고 돌아보며 반성해야 합니다.

‘내란 대행’임을 숨기지 않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더니, 이번에는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함으로써 또 한 번 헌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권한대행 복귀 직후에 지명한 것으로 보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이후로 늦추려는 계획이 실제로 추진됐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야당의 탄핵을 유발해 대선 국면에서 야당에 정치적 부담을 주고, 탄핵 직전 사퇴해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만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이 전 대표의 재판 속행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문제를 헌재로 가져와서 궁극적으로는 당선 무효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제2의 내란 ‘법의 내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쿠데타는 시민의 힘으로 진압됐지만, 법을 동원한 사법 쿠데타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윤석열 내란 세력이 총 대신 법을 들고 사실상 내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2의 내란이 ‘법의 내전’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법쿠데타는 식별하기도 어렵고 진압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시민들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번 주 논썰에서는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국회 쪽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장순욱 변호사(법무법인 LKB)를 모시고 ‘법의 내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말씀을 들어 봤습니다. 장 변호사는 “피청구인 윤석열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과 풍경”에 대한 최후 변론으로 화제를 모은 분이죠. 판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습니다. 인터뷰는 4월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TV 스튜디오에서 진행했습니다.

―비상계엄으로부터 넉달, 변론시작(1월14일)으로부터 약 석달이 흘렀습니다. 먼저 소회부터 말씀해주시죠.

=시간 감각이 좀 이상해졌어요. 아주 까마득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제였나 싶기도 하고, 선고 기일 지정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늦어지면서 여러분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저희도 애를 많이 태우면서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어쨌든 헌재에서 전원일치 결정으로, 그리고 설득력 있는 이유로 결정을 해 주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또는 장면은 무엇입니까?

=사실 재판 시작할 때는 피청구인 쪽에서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그렇게 예상을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재판 진행되면서 다들 보셨겠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뭐랄까요 저항이 아주 거세고 집요하고, 심판정 안에서만 그랬던 게 아니고 바깥에서도 그쪽을 지지하는 분들이 실제로 실체가 영 없지는 않다는 것이 여론조사 수치로도 지표가 나오고 하니까, 저희가 보기에는 악순환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 거에 또 편승해서 심판정에서는 피청구인이나 그쪽 대리인들이 더 세게 주장을 하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참 저희로서는 대응하기가 좀 난감한 부분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저희가 보기에는 억측이고 궤변이고 이런 거를 막상 그걸 또 하나하나 반박하자고 들면 사실은 그 쟁점들은 이 사건의 본질적인 쟁점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그쪽 전략에 말려드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상대방의 공세에 대해서 우리는 그래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정석적인 변론을 하고 미셸 오바마 얘기처럼 저쪽에서는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는 이 중요한 헌법재판의 격을 떨어뜨리지는 말자, 이런 공감대는 있었던 것 같아요. 대리인들 사이에 그 점이 힘들면 힘들다면 힘든 점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한 건가요?

=예 그래서 오히려 저희로서는 상대방의 그런 주장에 재판부가 거기에 흔들릴 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 재판의 본질이 뭐고 쟁점이 뭐며 어떤 거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계속 환기하는 것에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보시는 국민 중에는 저쪽에서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데 왜 그걸 이렇게 시원하게 좀 반박을 해 주지 않나 이런 걸 좀 답답해하셨을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제가 대리인 중에서 증인 신문을 많이 했던 편인데 첫 증인 누군지 기억나세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첫 증인이었는데 처음에 재판부에서 정했던 증인 순서는 그게 아니었는데 피청구인 쪽에서 강력하게 요청해서 김용현 증인이 첫 증인으로 순서가 바뀌었죠. 저희는 첫 증인 신문으로 반대 심문을 해야 할 형편이었는데 김용현 본인은 저쪽 주신문에만 답변하고 반대 신문에는 답변하지 않을 작정을 하고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증언 거부권 행사한다고 했다가 재판장이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니까 그때서야 반대 심문에 응했는데 그래서 답변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준비가 안 됐던 것 같아요.

김용현이 비밀 털어놓게 된 사연

―거기서 많은 비밀이 흘러나왔죠.

=그래서 저희로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랬는데 김용현 증인이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가 열번이 넘어요. 10여 회 조사를 받았는데 앞부분 몇 번 말고는 계속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서 저희가 증인 신문하기 전에 문서 송부 촉탁을 해서 수사 기록을 입수한 상태였는데도 김용현의 구체적인 진술은 확인이 안 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증인 신문에 임했는데 본인이 준비가 안 된 탓인지 저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진술을 얻어냈고 그중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 비상계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포고령을 뭘 보고 참고를 했고 이런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그중에 제일 결정적이었던 것은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 당시의 포고령 10호를, 말하자면 벤치마킹했다고 본인이 구체적으로 진술했어요. 그 비상계획 확대 조치에 대해서 나중에 대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모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기재부 장관 문건하고 이렇게 연결을 시켜 보면 이게 단순히 그쪽에서 말하는 일회성 계엄이 아니고 입법기관까지 장악하려는 말하자면 독재 시도죠, 전체적인 얼개가 그런 구조로 돼 있구나 하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어요.

―검찰은 거의 수사를 한 게 없네요.

=예, 진술을 거부했어요. 처음에 일부만 얘기하다가. 집요하게 부르기는 했죠. 피의자 심문 조서가 14회, 16회 그 정도 됐던 것 같은데 본인이 일부라도 얘기를 했던 거는 앞부분 3회, 4회까지 정도고 거기에는 이런 구체적인 부분은 전혀 안 나왔죠.

―저에게 제일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장 변호사님이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건희씨와의 문자 교신 사실을 묻는 장면입니다. 교신 기록을 직접 찾아내신 겁니까? 조태용 증인이 제출한 통신 기록이었다면서요?

=다른 수사 기록도 마찬가지지만 재판 초기에 관련자들 진술이 들어 있을 법한 기관에다 송부 촉탁을 했어요. 조태용 관련 진술은 경찰에서도 받았고 검찰에서도 받았는데, 통화 기록은 경찰에서 한 진술 조서 뒷부분에 첨부되어 있었죠. 저희는 조태용 진술 조서 부분만 증거로 냈는데 상대방에서는 이 통화 내역을 특정을 해서 증거를 냈죠. 상대방에서 낸 거는 맞는데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은 저희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죠.

―조태용 쪽에서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려고 제출했군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저쪽에서 문제 삼았던 대목이 있었잖아요. 홍장원 차장은 처음에 자기를 경질한다고 했다가 며칠 뒤에 다시 그걸 보류하고 그대로 유임시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 주장을 탄핵하기 위해서, 통화 내역 보면 홍 차장 후임자로 내정돼 있던 사람하고 조태용 원장하고 통화 내역이 있었던 거 그렇게 기억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을 들어서 이게 중간에 경질 방침 바꾸고 그런 적이 없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그 통화 내역을 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경찰이 전화번호에 ‘김건희’라고 달아놔

―그런데 그 통화 내역에 이름이 나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름이 나옵니다. 경찰에서 친절하게, 번호만 나왔다면 저희도 그게 김건희씨 전화인지 모르죠. 통화 내역도 아니고 문자 주고받은 거였는데 문자 내용까지는 안 나오고 몇 차례 주고받았던 것만 나와 있는 상태인데.

―그 로우 데이터에.

=경찰이 코멘트를 달아놓은 거죠.

―“계엄 전날, 당일날 영부인하고 문자 주고받은 거는 더 이상하지 않나요? 국정원장이 영부인하고 왜 문자 주고받습니까?”라는 질문을 하실 때 증인을 보지 않고 문건을 정리하면서 말씀을 하시는데,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질문을 일부러 의식하고 그렇게 했던 건 아니고 반대 심문할 때 제가 일반적으로 그런 스타일로 묻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이 반대 신문이라는 거는 우리한테 불리한 증인이잖아요. 우리한테 유리한 얘기를 해줄 리가 없는 증인이고 그러면 윽박지르거나 해서 우리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는 증인이 아니거든요. 그런 증인일수록 오히려 얘기하는 걸 잘 들어주고 그 얘기 중에 혹시 사리에 닿지 않는 말이 있거나 앞에 얘기하고 달라진 부분이 있거나 하면 그런 부분을 드러내서 이게 결국 이제 판단하는 주체는 재판부니까 재판부에서 보시기에 이 증인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으면 그걸로 반대 신문의 목적은 달성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지나가듯이 물었는데 조태용 증인이 “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그건 질문 자체가 본인 입장에서는 지나가는 질문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내용이긴 했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종종 연락을 했다는 거 아니에요? 국정원장과 영부인이?

=그때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오히려 어떤 내용으로 주고받았는지는 기억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질문을 추가할 수는 있었는데, 시간도 그렇기도 했고, 문자 내용도 확인이 안 된 터라 이 재판하고는 별개의 쟁점으로 다른 데서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김건희씨의 국정농단이 국정원에까지 미쳤구나라는 걸 확인해 주는 팩트였죠.

=아주 의심을 살만한 일을 국정원장이 한 거니까.

-인사청탁이라든지 여러 가지 의혹들이 있잖아요. 비밀을 다루는 기관에 사인에 불과한 대통령 부인이 그런 식으로 연락을 취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법 위반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죠. 앞으로 수사 대상이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처음엔 윤석열 사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해놓고, 윤석열 구속취소 이후 선고 일정이 뒤로 밀리고 한덕수 사건을 먼저 처리하는 등 애초의 원칙이 허물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심리 과정은 재판부에서 처음에 방침을 밝혔던 것처럼 신속하게 진행이 된 편이죠. 변론 종결하던 날이 2월 25일이었는데 빠르면 3월 7일, 늦어지더라도 3월 14일 이 정도로 선고를 기대했어요. 저희는 애초에 한덕수 사건을 같은 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선고 기일 지정이 늦어지면서 온갖 억측과 흉흉한 소문이 돌았지 않습니까? 그때 5 대 3 얘기도 나오고 그런데 저는 내심 불안함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5 대 3 얘기는 아닌 것 같았어요. 5 대 3일 수도 있다는 게 논리적 가능성은 있는 얘기였는데 그런데 이 재판관 여덟 분이 30년 이상 판사 해 오신 분들이잖아요.

저도 판사를 했던 사람으로서 그중에 세 분이 기각이든 각하든 그쪽으로 결론을 잡고 그렇게 의견을 정하는 거는 거의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에 5 대 3 얘기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고, 대신 내부에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선고 기일을 신속히 지정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은 있구나 싶었고, 그래도 최종 시한은 거의 정해져 있지 않았습니까? 두 분 퇴임하는 날짜가 있으니까 그전에 가능한 한 뒤로 늦춰서 선고하기를 원하는 분은 있을 수 있겠다 그런 정도로 생각을 했죠.

그런데 그 시점이 헌재로서도 사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게 처음에는 야속하다 정도로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 어느 순간에는 분노로 바뀌고 뭔가 임계점을 향해 다가가는 그런 느낌이었잖아요. 아마 그런 분위기를 헌재 재판관님들도 모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기간을 놓치지는 않을 거라고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결정문만 봐도 국힘 계열 재판관 3인이 탄핵심판의 절차적 이슈를 제기하며 시간을 끌려고 했던 흔적이 있잖아요?

=저도 그렇게 짐작은 합니다. 그 흔적이 이제 말씀처럼 결정문에도 보이는 데가 있고 그런 부분을 두고 평의 과정에서 지체가 됐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는데. 따로 확인한 바는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느 분이 어떤 걸 가지고 어느 정도로 그런 주장을 하셨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잠재적 소수 의견과 타협한 흔적

―결정문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일단 서술 체계 같은 걸 보면 저희들 주장은 물론이고, 저희가 보기에는 다분히 억지스러운 피청구인 주장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명료하게 판단을 하셨죠. 그 점은 아주 높이 평가하고.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잠재적 소수 의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의 의견하고 타협한 흔적 같은 것도 일부 보이긴 하죠. 그래도 긴박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익스큐즈가 되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처럼 논리 전개도 그렇고,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판결문의 고답적인 문체에서 많이 벗어나서 명료하지만 알아듣기 쉽게 쓰셨는데, 아마도 이 결정문의 독자가 전 국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초안은 보통 연구관들이 쓰죠?

=아주 초안은 그럴 거고요. 보통 주심 재판관이 집필 책임자가 되죠.

―그러면 정형식 재판관인가요?

=그렇죠. 통상 주심 재판관이 다수 의견을 안 따르고 다른 의견으로 가게 되면 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분이 다수 의견을 집필할 수는 없으니까 다수 의견 중에 따로 대표자를 뽑으셔서 그분한테 맡기는데 이번에는 전원 일치 의견이었으니까 그 관례에 따르면 당연히 주심 재판관이 집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따로 확인한 건 아닙니다만.

―정형식 재판관이 어쨌든 보충 의견을 냈잖아요? 상당수의 사람들이 정형식 재판관을 의심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지금 말씀대로라면 그 초안의 줄기를 잘 잡은 거네요?

=그렇죠. 그 심판정에서 질문하시는 장면도 보셨을 거예요. 아주 논리적이죠.

―제가 뽑은 탄핵심판 10대 명장면에도 정형식 재판관이 등장합니다.

=네 그러니까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이 결정문을 이상하게 쓰실 수는 없는 거죠.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재판관 여덟분의 경력이 그런 분들이 뭐 다른 의견을 낸다는 거는 불가능했다고 봐야죠.

헌법 수호한 시민들에 감사 표시한 헌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간을 끌었던 것 같긴 해요.

=맥시멈이 그 정도가 아니었나 그렇게 짐작합니다.

결정문 내용에서 제가 주목했던 건 두 가지인데요. 탄핵 사건의 본질적인 쟁점과 관련해서는 법치주의의 의미를 분명하게 확인을 해줬다는 점을 저는 들고 싶은데, 이 법치주의라는 게 흔히 일반에서는 오해하기를 법을 잘 지키자 이런 차원은 전혀 아닌 거죠.

법치주의의 요체는 오히려 권력을 가진 쪽에서 그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의미거든요. 그러니까 대통령에게 헌법상 법률상 주어진 권한이라 하더라도 그 권한을 행사할 때는 헌법이나 법에 정해진 요건을 누구보다 오히려 더 잘 지켜서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조목조목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걸 아주 분명하게 적시를 해주셨고, 결정문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닌데, 실제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주장에 대한 답변으로 그거는 피청구인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게 계획했던 게 아니라 시민들이 저항했고 군인들이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했고 이 덕분이지, 라고 판단을 하시면서, 법률적인 평가라기보다는 역사적인 평가 측면에서 이 내란 사태가 그나마 다행으로 그렇게 조기에 진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헌법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감사의 표시를 재판소로서도 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석이 돼서 그 부분은 좀 감동적이었어요.

끝까지 비겁하고 비열했던 윤석열

―중요한 대목 두 가지를 짚어주셨네요. 피청구인 윤석열의 모든 증언을 지켜보셨을 텐데,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말씀을 많이 한 분이잖아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불편할 때가 많았어요. 게다가 이분은 또 자기가 법조인이라는 걸 내세우면서 헌법 얘기도 많이 하셨어요. 이번 헌법재판 이전에도 이분의 헌법 인식은 좀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던 차에, 처음 출석한 날 본인이 모두 진술을 하면서 그 얘기를 바로 했어요. 자기는 철 들었을 때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해 왔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그날 마칠 때 재판장이 두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기재부 장관에게 문건을 준 적이 있느냐, 국회의원들 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 그 두 가지 질문에 다 아니라고 대답을 했죠. 자유민주주의 신봉해 왔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세 가지가 다 거짓말이죠. 그렇게 거짓말로 시작해서 재판 내내 거짓말이 이어졌고 그 거짓말뿐만 아니라 부정선거 주장이며 이런 궤변과 온갖 억지까지 더해져서 그걸 저희로서는 참 듣는 게 고역인 시간이 이어졌는데, 그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예컨대 국회의 군 투입을 지시하고 선관위에 보내고 이런 얘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국회의원들 끌어내라고 지시한 거 이거 아니다, 그다음에 체포조 관련해서도 본인이 얘기한 게 아니다, 이런 부분은 아랫사람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거죠. 정직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국군 통수권자로서 최고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비겁하다고 해야 할까요? 비열하다고 해야 할까요?

설사 그랬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전 국민들이 다 보는 탄핵 재판에 임해서는 그래도 아 이 사람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을 하나쯤은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런 기대는 충족이 안 됐던 것 같아요.

―변호사님의 최후변론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피청구인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이라는 문장에 윤석열의 궤변과 거짓말에 대한 장 변호사님의 생각이 문학적으로 담겨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그래 봐야 법대생 감성이죠. 만약에 최종 변론을 저 혼자 했더라면 그런 내용으로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당연히 법리적인 주장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날 저희 쪽에서 최종 변론을 9명이 했습니다. 그래서 법률적인 주장은 다른 분들이 충분히 하실 거기 때문에 저는 조금 자유롭게 이런 내용으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렇게 좋게 봐주신 분들은 아마 법조인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랄까, 기대 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후한 평을 받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도 이제 사법시험은 좀 늦게 된 편입니다. 이력서에 공백으로 있는 기간이 좀 있는 편인데, 그 공백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지 않았나,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해 봅니다.

80년의 적폐 한몸에 안고 있는 윤석열

―윤석열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박정희 시대 교과서에 적혀 있던 반공이념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 그러니까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의미가 아니라 굉장히 협소하고 낙후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인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읽었던 헌법 그리고 이 사람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헌법도 유신시대 헌법이고, 이 사람이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도 유신시대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정신 상태 자체가 유신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저도 비슷한 인식을 했는데, 계엄 선포는 통치행위라서 사법 심사의 대상이 안 된다는 주장도 진작에 폐기된 내용인데, 그걸 지금 얘기하는 거 보면 위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 분 머릿속에 들어 있는 헌법이라는 거는 그 시절의 헌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헌법에 관한 인식뿐만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굉장히 특이한 퍼스낼리티를 가지고 있는 분인 것 같은 게, 아까 거짓말 사례를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게 단순히 거짓말이 아니고 확증편향이랄까 인지부조화랄까 이런 것까지 더해져 가지고 이게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분의 이 독특한 캐릭터에 대해서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을 보면서 관찰한 것처럼 정신분석학자나 심리학자들이 따로 좀 심도 있게 연구를 하셔서 평전 같은 걸 하나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나오겠죠. 우리나라가 올해 해방 80년이잖아요. 제가 보기엔 윤석열이 한국 현대사 80년의 적폐를 한몸에 안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기득권 세력이 대를 이어 이권의 성채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체득한 이기주의와 기회주의, 특권의식이 세포 깊은 곳까지 절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이 법을 멋대로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이런 특권의식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특이한 캐릭터가 형성되기까지, 검사로서의 이력이 아마 그 토양의 중요한 부분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물론 검사 수십 년 했다고 다 그렇게 되지는 않을 텐데 원래 가지고 있던 소양에다가 검사로서의 경험이, 자양분이라는 표현이 좀 이상합니다만.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좀 무서워요. 이분이 대통령 되고 갑자기 이렇게 변한 게 아니라면 검사 때도 비슷했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검사 때는 문제가 된 적이 없죠. 오히려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죠. 그거 얼마나 무서워요.


사법 엘리트들이 차곡차곡 업을 쌓고 있다

―지금 그걸 우리가 보고 있는 거 아닙니까?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했던 말들 그리고 이완규라는 사람이 지금 헌법재판관 지명되고 나서 하는 말들, 그전에 했던 본인의 말과 완전히 배치되는 이야기인데도 얼굴 하나 바꾸지 않고 얘기를 하잖아요.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잖아요. 이게 검찰 본색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들은 처벌받지 않고 본인이 말하는 게 그냥 정의고 이런 세월이 너무 오래되지 않았나 싶은.

=상당 부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법조인들 말씀을 하시니까 덧붙이자면, 이번 사태 이전부터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상당한 정도였을 텐데, 이번 사태 과정에서 검찰은 물론이고 법원도 그렇고 헌법재판소도 자칫했으면 그 임계점에 다다랐을 뻔했던 그런 순간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 과정을 보면서 말하자면, 사법 엘리트들이 뭔가 차곡차곡 업을 쌓고 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거든요. 저 업을 어떤 업보로 갚을지 두렵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란 사태 이후에 우리 국민들이 뜻하지 않게 헌법 공부도 해야 하고 형법, 형사소송법, 계엄법에 이어 이제 헌법재판소법까지고 공부를 해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생계에도 바쁜데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법조인들이야말로 지금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어렵게 만드는 가장 중대한 책임이 있는 집단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쪽 세계에서 오래 일해 왔고 지금도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입장이라서 지금 위원님 말씀하신 걸 전폭적으로 다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 비판으로부터 좀 자유로울 수 있는 분들도 꽤 있기는 할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는데,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나마라도 우리 사법 시스템이 유지가 안 됐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는 국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 같기는 해요. 도대체 당신들이 뭔데, 누가 그 자격을 줬길래, 젊을 때 공부 좀 잘해서 시험 하나 잘 봤다고 몇 사람이 그냥 모여서 이런 결정을 할 권한을 궁극적으로는 누가 준 거냐, 계속 이렇게 맡겨둬도 되는 거냐, 이런 의문들을 많이 가지셨을 것 같아요. 결국 사법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 얘기도 나중에 개헌 국면이 되면 분명히 나올 겁니다. 그건 또 그때 가서 국민들이 뜻을 모아주는 대로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그리고 시민들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대배심과 유무죄를 결정하는 판결배심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방향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만합니다. 근데 그런 제도들도 지고지순한 건 또 아니기 때문에, 어두운 면도 같이 생각을 해봐야 할 거고, 하여튼 전 국민이 생각을 해봐야 할 화두로는 조만간 떠오르지 않을까, 저도 그렇게 예상을 합니다.

한덕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의 숨은 목적

―한덕수 권한대행이 2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헌법적으로 보면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죠. 아마 학설로도 제가 알기로는 권한대행, 거기다가 그 권한대행의 임기 종료일이 예정돼 있잖아요. 선거일까지 60일 그렇게 한정된 국면에서 권한대행이 그런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헌법이 헌법재판관을 삼권으로 나눠서 선출하고 임명하도록 한 취지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거죠. 선출 권력으로서의 국민적 정당성, 대통령, 국회는 그렇죠. 그리고 사법부 대법원장도 3명 지명권이 있는데, 대법원장은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삼권의 한 축이고 거기다가 헌법에서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는 기관이니까, 간접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아서 그렇게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헌법에서 부여되고 있는 건데, 지금 권한대행은 그런 선출된 권력으로서의 정당성 이런 부분은 전혀 없죠. 게다가 내란에 관여된 의심까지 받는 터에, 이거는 정당화되기가 어렵죠.

―여러 가지 노림수일 텐데 특히나 정권이 교체되면 이재명 전 대표의 재판 속행 문제 그러니까 불소추 특권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를 헌재로 가져가고 헌재에서 그걸 인용함으로써 재판을 계속 진행하게 하고, 재판이 워낙 많으니까요, 재판이 5개니까 그중에 하나만 걸려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걸로 당선 무효를 끌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재판소 구성을 지금 그렇게 무리하게 하려는 거다 그렇게 생각도 할 수는 있겠어요.

―한덕수, 최상목 동시 탄핵을 한다고 해도 다음 대행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또 갑작스럽게 임명을 해버릴 수도 있잖아요. 국회가 인사청문요청서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받은 걸로 간주하고 그냥 임명해버릴 수도 있잖아요. 대단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만약에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 자체가 위헌 기관이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지금 윤석열과 국힘 세력이 사실상 총 대신 법을 들고 ‘법의 내전’을 벌이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 ‘법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총 대신 법을 들고.

=그게 단순한 비유만은 아닌 것 같기는 해요. 더 무서운 거는 지금 말씀하신 그런 법 기술이랄까요, 말이 안 되는, 법의 취지라든가 이런 걸 조금만 따져보면 부당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시도들을 실제로 하고, 이번 재판 과정에서도 그랬습니다마는 이른바 명망가라고 얘기할 만한, 학계에서도 제법 인정을 받고 있는 헌법학자들도 그쪽 주장에 가담을 하고 이렇더라고요. 저는 그거 보고 많이 놀랐는데.

―그런 분들이 지금 국회의장이 띄운 개헌 TF에 들어가 있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법률가를 포함해서 지식인들이 뭔가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들도 응원을 해 주셔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건 시민의식 가진 주권자

―변호사님 최후 변론문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탄핵 결정이 나온 후 우리 사회가 분열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권자가 헌법을 지켜낸 우리의 경험은 그러한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지혜를 줄 것입니다. 따라서 그 혼란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낙관론의 근거는 민주적 시민의식입니까?

=그렇죠. 재판이 한 두 달 진행되는 동안에 주 2회 이렇게 진행되니까 조금 힘들기도 하고 긴장이 조금 풀어질 때도 있고 그랬거든요. 그럴 때 저희가 찾아봤던 게 그날 밤에 국회 앞으로 달려 나왔던 시민들의 사연들을 모아 놓은 글이었어요. 급하게 달려 나오느라고 슬리퍼 차림으로 롱패딩만 하나 걸치고 뛰쳐나온 시민도 있었고, 어떤 집에서는 뛰쳐나가는 아들을 차마 붙잡지는 못하고 그렇게 보내놓고는 펑펑 울었다는 어머니 얘기도 있었고, 부부가 같이 나가면서 아직 애들이 어린 것 같던데 애들만 두고 부부가 같이 나가면서 잡히더라도 한 사람은 꼭 도망가서 애들은 키워야 하지 않느냐 뭐 이런 약속을 한 부부 얘기도 있고, 그런 얘기를 접하면서 우리도 조금 힘들다고 긴장을 늦추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피청구인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경고용이라고 그랬다가 나중에는 국민들한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비상계엄을 한 거다 그랬는데, 다른 의미에서 국민들한테 경각심을 준 것 같기는 해요.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우리가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민주주의라는 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거구나, 이런 경각심을 가졌을 것 같거든요. 이런 생각을 다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으면 저는 권력 상층부의 파워 엘리트들이 보여주는 민낯, 그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많이 봤지만 결국 이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건 이런 시민의식을 가진 주권자들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실제로 탄핵 선고된 이후에 그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던 쪽에서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저는 이게 다 그런 역사적 경험과 또 이번에 시민들이 보여준 이런 의지 이런 힘이 원동력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법 연성쿠데타 진행 중

―이번 내란 사태처럼 군을 동원해서 헌법 기관을 공격한 그리고 그 상황을 모든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이런 명백한 위헌 행위도 이렇게 진압이 어려운데, 아까 우리 말씀 나눴지만 이 법 기술자들에 의한 소위 말하는 사법 쿠데타가 저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사법 쿠데타라는 건 예전에 조국 사태 때도 그랬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아요.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죠. 언론이 조금만 도와주면 그냥 그게 합법이 돼버리거든요.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것들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혹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것도 사실은 짓밟잖아요. 법을 가지고 제2의 내란을 벌이고 있는 이런 연성쿠데타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저항도 어렵고 거꾸로 성공하기가 쉬운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게 친위 쿠데타라서 그렇겠죠. 거기에 우리가 망외의 소득이랄까,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그런 사람들이 민낯을 드러낸 거, 그리고 우리가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거 뭐 이것도 성과라면 성과겠죠. 그 부분들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고 지워 나가야 할지는 숙제로 남아 있겠습니다만.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우리 교육이 파시스트를 길러내는 교육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과도하게 경쟁적인 사회이고 그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아야 하고 남을 짓밟아서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지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엘리트로서 대우를 받고 권한을 행사하는 게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그렇게 받아들여지게 돼 있잖아요. 우리 사회 시스템이나 의식이.

=우리 사회가 지금 많이 발전해서 거의 선진국에 들어왔다고 할 정도가 됐지만 사회안전망 이런 차원에서는 굉장히 부실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게, 김누리 교수님이 모델로 삼고 계시는 게 독일이나 그쪽 모델이실 텐데 그쪽은 그렇다고 그러잖아요. 중학교 졸업할 때쯤 되면 진로를 학교에서 선생님이 정해주는데 별로 반발이 없다고 그러잖아요. 예컨대 너는 공부 쪽 말고 기술을 배워라 이렇게 정해줘도 반발이 없는 이유가 근본적으로는 나중에 어느 루트로 가든 삶의 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게 보장이 되니까 그럴 수 있는 것 같거든요.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모든 문제하고 얽혀 있기 때문에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런 제도 교육을 받았어도 국회 앞으로 달려나오는 그런 시민들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거는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일텐데 그런 분들의 힘을 믿고 좀 더 나은 사회로 가려는 계획을 또 같이 해봐야겠죠. 법률가는 법률가가 할 일을 하고, 위원님 같은 언론인은 언론인의 일을 하고, 그리고 이제 시민들의 힘을 믿고 같이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이번 탄핵 심판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좀 늦어졌다는 점 말고는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서 국민들이 바라는 바에 나름은 크게 못 미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느끼고 그런데도 지금 아까 위원님 말씀한 것처럼 여러 문제가 남아 있고 새로 돌출하고 있고 그 해결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 같아서 그 국면에서 저도 제 할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그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획·출연 이재성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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