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다음 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차량을 타고 법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겠다고 요청하면 허용하겠다고 법원이 결정했다. 앞서 대통령경호처가 “재판에 출석할 때 지하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했던 만큼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당일 법원 지하 내부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의 청사방호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고법은 “14일로 예정된 윤 전 대통령 형사재판과 관련해 경호처에서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차량을 이용할 시 법원 지하주차장으로의 진·출입을 요청했다”며 “피고인 차량을 이용해 법원 지하주차장으로 출입을 요청하면 이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이 차량을 타고 법원에 출석하면 건물 밖에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법원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내부 통로를 거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반 민원인들과의 접촉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법원의 조치는 지난 4일 탄핵심판 결정 이후 열리는 윤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발생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과 충돌할 가능성을 막으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첫 공판인 14일 이후 열리는 재판에서도 ‘지하주차장을 통한 진·출입’을 허용해야 할지는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특혜가 아닌 청사방호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형사재판을 받는 다른 피고인들과 비교해 과도하게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일반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지하로 들어가도 된다’고 허용해주는 일이 거의 없다”며 “안전 문제도 있었겠지만 일반인들과는 다른 특혜를 준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형사재판에 출석했던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봐도 지하주차장을 통해 법정에 출석한 경우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파면된 이후 열린 재판에서 지상 출입구를 통해 법정에 들어갔다. 이에 법원 관계자는 “구속 피고인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 불구속 피고인(윤 전 대통령)의 동선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상 출입구를 이용해 법정에 출석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9년 3월 법원의 보석 결정 후 열린 첫 재판에서도 청사 밖에 차를 대고 내린 다음 30m가량을 걸어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법원은 또 이날 오후 8시부터 14일 자정까지 공용차량 등 필수업무 차량을 제외한 일반차량의 청사 출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일부 진·출입로는 폐쇄하고 보안 검색을 강화할 예정이다. 법원 안에서는 집회·시위가 금지되며, 허가를 받지 않은 촬영도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