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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0일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한 결정을 놓고 “중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 재정비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략의 핵심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반발을 먼저 '진압'한 뒤 유예 기간 이후 재개될 중국과의 본게임에 지원군으로 내세우는 방식이 될 거란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도중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유예 결정에 대해 "채권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행정명령에 명시된 125%가 아닌 지난 2월 부과한 펜타닐 관련 20%를 더한 145%가 맞다며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을 향해 “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매우 존중(respect)하고, 합의를 바란다”고 했다. 90일 내에 합의하지 않으면 관세를 더 높이겠다는 협박에 가깝다.

그러나 트럼프 1기 때 벌어졌던 1차 미·중 무역전쟁에서 18개월만에 합의에 나섰던 중국은 이번엔 84%의 대미 맞불 관세를 비롯해 미국 기업에 대한 보이콧 등 비관세 압박 카드까지 꺼내보이며 항전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몸집 커진 中…“관세 레버리지 안 먹힌다”

트럼프 1기 백악관의 무역실장을 지낸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맥라티 전무이사는 중국이 정면대결을 불사하는 상황에 대해 “중국의 농업 등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고, 미국 역시 희귀 자원의 대중 의존도가 낮아졌다”며 “첫번째 무역전쟁을 거치면서 결과적으로 양국의 경제구조가 모두 장기전에 대비할 태세를 갖추게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주변공작(업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는 시 주석이 첫 임기를 시작했던 2013년에 이어 12년 만에 열렸다. 시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공급망 다변화 등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할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이 정도 관세율이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뜻한다. 그런데도 중국이 아직 (협상)연락을 하는 않는 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놀라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1차 무역전쟁에서 ‘판정패’ 했던 중국은 그동안 힘을 키워왔다. 내수를 확대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33%로 축소됐고, 교역 대상을 다변화하면서 2018년 19.2%에 달하던 미국 수출 비중을 14.7%로 줄였다. GDP의 88%를 무역에 의존하고, 미국 수출 비중이 18.7%에 달하는 한국에 비해 미국 시장 일부를 포기하는 데 따른 고통을 감내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칼루트케비치 전무는 “중국은 이제 미국과 맞설 태세를 갖췄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물러날 수 없다”며 “결국 전 세계 시선을 신경써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중 누구도 먼저 양보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했다.



주식 폭락에도 꿈쩍 않았는데…국채에 ‘약점’ 노출

이 때문에 양측의 사활을 건 대결 와중에 지난 9일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채권시장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영옥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인해 초래된 동맹국들의 반발과 동맹 관계의 붕괴에 대한 우려는 물론, 정치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 부담과 기록적인 증시 폭락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식폭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마땅히’ 매수가 몰려야할 미국 국채의 투매로 금리가 오히려 폭등하자 중국을 제외한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중국은 미국 국채 비중을 급격히 줄였지만, 여전히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채권 시장에선 “이론적으로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국채를 시장에 한꺼번에 투매할 경우 미국 경제를 한 순간에 휘청이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0일간 동맹과 공동 전선…‘중국 고립’ 전략

칼루트케비치 전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잠시 멈춘 이유는 국채 시장의 충격과 함께 미국 혼자서는 제조업 분야 등에서 압도적으로 성장한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번 싸움에 동맹국 등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90일 안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과 중국 문제를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의 무역실장을 지낸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맥라티 전무이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중앙일보 등 일부 한국 매체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그러면서도 “유예 기간 중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원래의 상태(관세 전쟁)로 돌아갈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상호관세로 인해 동맹국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상황을 먼저 수습한 뒤, 90일 뒤 본게임의 전선을 기존의 ‘미국 대 전 세계’에서 ‘중국 대 전 세계’로 재편해보려는 의도라고 것이다.

실제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인도·태평양을 담당하는 미군 사령관들이 일제히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새뮤얼 파파로 인태사령관은 “주한미군이 없어지면 그(김정은)가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비롯한 감축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것과는 온도차가 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며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현실적으로 조선을 구매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동맹과 협력할까’ 질문에…“그럴 리 없다”

칼루트케비치 전무는 그러나 ‘트럼프의 전략이 동맹과의 협력으로 전환된 것이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No)”라며 “트럼프의 목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동맹국에는 여전히 강경하게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로비스트업체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원 스톱 쇼핑’이란 말로 경제·안보의 포괄 협상을 시사했다”며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히려 방위비 분담금을 강제할 근거로 활용해 동맹국에 대한 일부 관세율 하향 협상의 결과를 상쇄하기 위한 성과로 대대적으로 내세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도중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유예 결정에 대해 "채권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수천억 달러(수백조 원)를 그들(일본)을 지키는 데 쓰는 반면 그들은 어떤 것도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협상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일본과의 협상 테이블에도 안보를 패키지로 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자동차·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역시 경제가 아닌 안보와 관련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부과돼 있기 때문에 예외가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칼루트케비치 전무는 모든 의사 결정의 주체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며 “양국의 대결이 군사 옵션으로까지 확대되는 일이 없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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