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하는 시민. (KBS 자료화면)
■ 2020년 '마스크 대란' 50억 원대 사기범, 5년 만에 단죄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약 3년 8개월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3,400만 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코로나19 대유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감염은 빠른 속도로 확산해, 곧 '마스크 품절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편의점에서도, 약국에서도 재고가 넘쳐났던 마스크가 불과 몇 주 만에 동나면서, 정부가 나서 '마스크 판매 5부제'를 시행했습니다.
일부 자치단체는 급하게 마스크를 확보해 시민들에게 한 명당 3매씩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어느덧 희미해진 기억이지만, 당시의 마스크 품귀 현상은 그야말로 사회적 재난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한편에서, 이런 사태를 악용해 50억 원대 사기를 저지른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이 사업가는 거의 5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마스크 생산 기계. 기사 본문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KBS 자료화면)
■ 기술도 없고, 잔고는 1만 원 있는데… "마스크 기계 납품하겠다"
충북 음성군과 충남 아산시 등에 사업장을 내고, 자동차 부품·반도체 장비 제조업을 하던 사업가 50대 A 씨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바로 마스크 생산 기계를 제작해, 거래처에 납품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막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A 씨에게는 마스크 생산 기계를 제작할 기술력도, 자본금도 없었습니다.
당시 임금 체불과 세금 체납 등으로 이미 3개 업체를 폐업한 상태였던 A 씨의 통장 잔고는 만 원이 조금 넘을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이미 여러 업체에 마스크 생산 기계를 납품한 실적이 있는 것처럼, 거래처에 접근했습니다.
"1분마다 60매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사흘 안에 납품하겠다."
당시 마스크 품귀 현상을 지켜보던 거래처 관계자들에게 A 씨의 이런 제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걸로 들렸습니다.
더구나 A 씨는 실제 마스크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에게 공장을 견학시켜 주면서 '협력 업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런 A 씨의 말에 속은 피해자들은 적게는 5천만 원, 많게는 7억 원의 대금을 건네고 마스크 생산 기계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마스크 생산 기계를 제대로 납품하지 못하거나, 거래처에서 받은 도면만으로 급하게 만든 '엉터리 기계'를 건넸습니다.
A 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마스크 생산 기계를 제작하거나, 관련 부품을 만드는 업체에도 '중개상'처럼 접근해 물건만 받아 챙기고, 대금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2020년 3월부터 8월 사이, A 씨의 거짓말에 속은 10개 업체가 36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습니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최근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 금액이 약 36억 원에 이르는 등 피해 금액이 적지 않고, 피해도 대부분 회복되지 못했다"면서 "피고인은 사기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이 사건 범행을 반복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실제 마스크 생산 기계를 공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서 사기의 고의성이 없다고 했지만, 법원은 A 씨가 관련 기술력과 자본금이 없던 상황인 점 등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 "재판 도중 추가 범행 드러나자 도주"… 결국 구속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중,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의 공판 담당 검사는 A 씨의 또 다른 범행을 인지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수사를 벌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알아챈 A 씨는 올해 초 1심 재판 도중 도망갔다가, 결국 선고가 나오기도 전에 구속됐습니다.
수사 결과, A 씨는 또 다른 피해 업체 1곳에서 14억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14억 원 사기 사건의 1심 재판을 받고 있고, 36억 원 사기 사건의 항소심도 앞두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