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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주연 배우 아이유 인터뷰
"금명이의 '짜증나' 대사에서 내 모습 봤다"
"아들 동명 잃고도 울 수 없었던 까닭은..."
"연기적 갈증을 느낄 때 그걸 해소하는 작품을 만나게 되는 거 같아요. 3년 전에 제가 하고 싶었던 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다 해먹고 싶었어요. 하하하. 그런데 다 해먹고 싶어하는 캐릭터(애순이)가 들어온 거에요. '아, 운명이다.' 찌릿함을 느끼고 선택했죠."아이유
아이유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애순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다. '요망지다'는 야무지고 똑똑하다는 뜻을 품은 제주어다. 작품이 애순의 일대기를 그리는 만큼, 아이유와 문소리 두 배우가 힘을 합쳤다. 아이유는 애순의 딸 금명도 직접 연기했다. 한 작품에서 1인 2역에 2인 1역까지 소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배우에게도 엄청난 도전인 셈이다.

그는 '폭싹 속았수다'를 제안 받던 시기,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포화 상태였다. "다 해먹고 싶었다"는 표현으로 당시의 마음 상태를 솔직하게 꺼내보인 아이유. 그러니 얼마나 좋았을까. '폭싹 속았수다'처럼 귀하디 귀한 대본은 그가 움켜쥘 수밖에 없는 기회였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아이유와 만났다. 특유의 뽀얗고 말간 얼굴로 웃으며 기자를 맞아줬다. 예의바르고 총명하지만 당차고 욕심도 많은 아이유의 모습에서 애순이와 금명이가 함께 보였다.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피부로 느끼며 그 역시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인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아이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충격적으로 재밌었던 대본



"처음에는 16부까지 다 읽어보지는 못했고 초반부를 읽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에요. 제가 3부를 특히 좋아하는데, 관식이가 헤엄쳐서 애순이에게 돌아와서 재회하는 부분이 나와요. 머리에서 도파민이 터지는 거 같았죠. 그때 대사가 마음이 애틋해지는 말이 아니고, '옷값 물어내야 돼' '나 돈 있어' 그런 대사잖아요. 충격적으로 재밌었어요. 어떻게 작가님은 이렇게 절절하다가 유쾌하다가 하실 수 있는 걸까 싶었죠. 후반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초반 대본이 너무 재밌고 살아 숨쉬는 느낌이 들어서 후반까지 재밌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폭싹 속았수다'의 박보검과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총량을 넘어서야 했던 눈물


"우는 장면이 많았어요. 운다는 자체가 대본에 슬프게 쓰여있고 몰입이 좋은 대본이었죠. 눈물 흘리는 자체는 힘들지 않았는데, 신들이 몰려있을 때는 아무래도 액체의 총량이 있으니까 그게 마음만큼 콸콸 안 나올 때도 있긴 했어요. 그래도 대본에서 모든 눈물을 그려줬다고 생각해요. 1인 2역에 대한 부담감도 확실히 있었죠. 그런데 그 지점이 너무 욕심나고 해내고 싶은 포인트였거든요. 저를 믿어주시고 이 작품을 준 거니 '무조건 해낸다. 이 믿음에 보답을 해드리리'라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인생에 냉소적이던 마음, 낙관적으로 바뀌다



"애순과 금명을 연기하고, (캐릭터를) 품고 있던 시간이 제 성격을 변하게 했어요. 전에는 멋지게 포장하자면,
인생에 대해 시니컬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 작품을 찍고서는 알게 모르게 인생을 좀 더 좋게 바라보고 낙관하는 태도가 생긴 거 같아요.
이 대본을 너무 많이 보고 달달 외우고 표현해서 그런지, 어떤 상황이 닥치면 임상춘 작가님 시점으로 내레이션을 하기도 해요. 하하. 말투도 애순이와 금명이처럼 바뀌는지 주변분들이 '너 너무 과몰입이야' '방금 되게 폭싹 같았어' 라고 하더라고요. 한참 전에 끝난 작품인데 과몰입이 길다고 말할 정도니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애순과 금명을 그려내는 과정


"작가님이 닮았지만 명확히 다른 둘을 잘 써줬고, 제가 몰입만 한다면 그렇게 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했어요. 타인을 연기하려고 목소리 톤이나 우는 방식 등 여러 가지를 상의하며 준비했어요.
제가 불안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두 인물로) 안 봐줄 거 같아서 대본을 믿기로 했어요.
애순이 목소리는 10대부터 30대를 연기하면서 문소리 선배의 말투를 닮아가게 하려고 했고요. 10대 때 목소리는 제가 잘 안 쓰는 발성으로 했는데 감독님이 자길 믿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걱정할 때마다 편집본을 따로 보여주면서 '좋다' 얘기하셨고요. 제게 불안이 많단 걸 감독님이 알고 있었고, 한 번은 직접 리딩 신청을 해서 작업실로 갔어요. '애 머리 때리지 마요'라는 대사가 코믹 연기이면서 감정신이 있다 보니까 복잡했거든요. 한 번 읽었더니, '지은씨 그냥 하세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의 말을 믿고 '요이땅'이라 생각했죠."

아이유가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넷플릭스 제공


아이유의 경험과 감정을 녹이다


"'짜증나'라는 말이 저 같았어요. 금명이가 엄마 아빠한테 짜증난다고 하는 게 말 그대로 '짜증나'가 아니라 '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줘. 엄마 아빠도 힘들면서' 그런 마음이 담겨있잖아요.
'고마워. 미안해. 최고야. 사랑해'가 담겨있는 '짜증나'인 거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편찮으신데 잘해주거나 부모님이 무리하면 짜증이 나요. 죄송하고 감사해서요. 20대 초중반엔 그랬는데, 이젠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딸이 됐고요. 애순과 관식이 단 한 번도 짜증난다는 표현에 대해 리액션 하지 않는 게 얼마나 딸의 마음을 잘 아는 건지, 거기서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은명이를 대하는 데는 제 경험을 많이 썼어요. 지금은 그런 식으로 동생을 대하진 않지만 어릴 때 투닥거린 구력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왔죠."

아들을 잃고 울지 못한 애순, 아이유는 마음으로 울었다



"태풍이 오고 동명이를 잃고... 그 시퀀스를 되게 길게 촬영했어요. 그 구간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날씨도 꼼꼼하게 따졌어요. 다 준비가 돼있지만 날이 맑고 하늘이 파란 날은 (촬영을) 과감하게 접었어요. 실제로 흐린 날 블루스크린에서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상상하며 연기를 했어요. 상황이 너무 세다 보니까 해나가면서 몰입도 확 됐죠. 아이가 내 품에 안겨있고, 진짜 추워서 발을 주무르는데 애기 발이 점점 차가워지더라고요. 마을 주민들이 다 나와계신 설정이었는데, 모두가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서서 연기했죠. 이미 젖었으니까 말릴 생각도 안 하고 비 맞으면서 대기하다가 또 촬영 들어가고. 관식이는 무릎을 꿇으면서 오열을 하고요.
대본에 '늘 울던 애순이는 울지 않는다. 무쇠가 무너진다'라고 적혀있었어요. 양 극단의 감정을 보여주는 신이어서 제가 슬퍼지려 하면 감독님이 잡아줬어요.
'애순이는 울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정신 차리게 피드백을 줬죠. 보검씨가 서럽게 울고, 저는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걸 감독님이 섬세하게 짚어줬어요."

관식과 애순을 연기한 박보검과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아이유의 장점과 '성장'에 대하여


"
저는 맷집이 좋아요. 잘 좌절하지 않아요.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의 부족함이나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만나기 마련이죠. 그래도 회복 시간이 짧아요. 그걸 퉁 쳐서 맷집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성장'이라는 단어는 모호한 거 같아요. 이 일을 꾸준하게 하면서 제가 성장했다고 스스로가 느껴지는 구간은 명확하지 않거든요. 십몇 년 해왔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이 작품을 열렬히 팬의 마음에서 읽고 표현하고자 했어요. 제 주변 모든 분들이 대가들이었고, 그분들이 그려준 마법도 있을 거고 덕을 많이 봤죠. 1년간 작품을 찍은 건 처음인데 꾸준하고 성실하고자 했어요. 우리 작품도 성실함의 가치를 다루잖아요. 매일 촬영장에 나갈 때 성실하게 준비하고 후련하게 나가려 했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은 거의 없었어요.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열심히 임했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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