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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를 일일이 거론하며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판단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은 이날 오전 11시22분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이 박탈됐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절차부터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가 5분에 불과했으며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계엄선포문이 국무위원들에게 전달되지도 않았고, 계엄 관련 문서에 국무위원 ‘부서’(서명) 등의 기본적인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국회에 계엄 선포를 통고하지 않은 것도 모두 헌법·계엄법 위반이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내용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계엄사에 의한 언론 통제, 의료인 업무 복귀 지시 등 포고령 내용 전체가 기본권의 행사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이 정한 요건에도 어긋나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무위원들을 연속으로 탄핵소추하고, 정부 예산안을 삭감해서 국정마비 상태가 됐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계엄 선포 당시에는 검사 1인 및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만이 진행 중”이었고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 예결특위의 의결이 있었을 뿐 본회의 의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러한 일들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다.

국회의 의결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는 등 ‘경고성·호소형’에 그쳤다는 윤 전 대통령 주장도 일축했다. 헌재는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 가결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결과적으로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는 이유로 피청구인의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과 경찰을 투입하고 여야 대표,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 위치 확인을 지시한 사실도 모두 인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계엄해제요구권을 비롯한 국회의 권한 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 및 계엄의 상황에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을 수용한 것이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군을 국회에 출동시켜 시민들과 대치하게 한 것 자체가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은 우리의 헌정사에서 다시는 군의 정치개입을 반복하지 않고자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헌법에 명시”했지만 군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의 권한남용으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여 나라를 위하여 봉사해 온 군인들이 또다시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게 한 잘못을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김명수 전 대법원장 위치 확인을 지시한 것도 “사법권 독립 침해”라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도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들었지만 헌재는 “단순히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는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이) 병력을 동원하면서까지 반드시 취해야 할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부분도 헌재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 부분에 대해서도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가 수두룩하게 확인된 이상 그에게 대통령 직무를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와의 대립을 타개할 목적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뒤 군경을 투입시켜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했고 △병력을 투입시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도록 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 구조를 무시했으며 △포고령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돼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며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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