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 경찰 차벽이 설치되고 도로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4일 오전 11시) 발표 이후 탄핵 찬반 단체들의 집회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다. 그제부터 헌재 인근 도로를 점거해 밤샘 집회를 벌이면서 어제 출근길 교통 혼잡이 빚어졌음에도 양측은 선고 당일까지 철야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경찰은 4일 0시부터 최고 수준의 비상근무 체제인 갑호비상을 발령해 헌재 반경 150m 이내를 진공 상태로 만들기로 하는 등 헌재 주변은 그야말로 태풍전야의 초긴장 속에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누그러뜨려야 할 정치권은 승복 입장을 밝히는 데 인색하다. 서로 상대를 향해서 승복을 강요하기만 할 뿐 헌재 선고 이후 불복 여지를 남겨두는 태도는 유감스럽다. 탄핵 찬반 집회를 지지층 결집과 막판 헌재 압박에 활용하려는 것은 헌재 선고를 국민 통합 계기로 만들어야 할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파면 여부가 걸린 윤 대통령 측은 승복 메시지를 낼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2월 19일 "헌법재판소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윤갑근 변호사는 "승복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승복 선언을 촉구하고 있지만, 친윤계 의원들이 헌재 인근에서 벌이는 탄핵 반대 릴레이 시위에 대해선 제지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제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지난달 12일 방송사 유튜브에서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재확인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12·3 비상계엄을 촉발시킨 윤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것이다. 민주당에선 승복 의사보다 "불의한 선고에는 불복할 수밖에 없다"는 박홍근 의원을 비롯해 헌재의 탄핵 기각 또는 각하 선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헌재 선고에 앞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에서 대승적 승복 메시지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극심한 국론 분열과 극렬 지지층의 과격한 충돌을 부추기는 선동 행위와 다를 게 없다. 탄핵 찬반세력이 선고 당일 수십만 명 운집을 예고하고 있는 터라 정치권의 무책임한 자세로 인해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난입처럼 대규모 폭력 사태와 인명 피해가 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국가 파괴 행위가 될 것이다. 정치권이 헌재 결과에 대한 승복을 공개적으로 다짐하고 지지층 자제를 앞장서 촉구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