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인권위원장.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3일 열린 제주 4·3 항쟁 희생자 추념식에 휴가를 내고 불참했다.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는 자리에 인권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인권위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안 위원장은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7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안과 시술’ 때문에 휴가를 냈다고 한다.
1947~1954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4·3은 대한민국 인권사에 뼈아픈 교훈을 준 사건이다. 전임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인권위에서는 광주사무소장과 제주출장소장이 참석했다. 국가폭력 조사 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박선영 위원장은 불참했지만, 대신 차관급인 이상훈 상임위원이 참석했다.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4·3 생존 피해자와 유족 등 약 2만여명이 참석한 이날 추념식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참석해 추념사를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참석했다.
한 인권위 직원은 “1945년 해방 이후 대량학살이 벌어진 국가폭력사건에 인권위원장이 관심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도 “국가폭력은 가장 대표적 인권문제이다. 4·3 항쟁이나 5·18 희생자 추모식에는 인권위원장이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안 위원장의 불참 사유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위원장의 휴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결정되는 4일까지 이어진다. 인권위는 4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 간 충돌 등 인권침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집회 현장에 18명의 조사관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인권위 최고 책임자는 자리를 비우게 됐다. 또다른 인권위 직원은 “인권위 사령탑인 본인의 자리와 역할을 감안할 때, 인권상황과 관련한 중대한 날에 휴가를 내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탄핵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2일 “탄핵 선고 결과를 존중하고 사회통합으로 나아가자”는 성명을 냈지만, 인권위 안팎에서는 그가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헌법재판소를 비난해온 것을 언급하며 “공식 사과부터 먼저 하라”는 비판이 나왔다. 안 위원장은 지난 1월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계엄선포 당일 뭘 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이게 사실인가’ 생각했지만, 그날 너무 피곤해 잠이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