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추경·상법 거부권 등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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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야당의 최후통첩에도 침묵을 지켰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 시까지 임명 보류’라는 탄핵소추 전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통상전쟁 등 시급한 경제 사안이 많아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KBS ‘산불피해 함께 이겨냅시다’에 출연해 대국민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마 후보자 관련 언급은 없었다.
여권 관계자는 “마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 등을 볼 때 헌법재판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 국무위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은 (야당) 압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대행이 다음 달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으며, 담화 이튿날 야당은 그를 탄핵소추했다. 한 권한대행이 지난 24일 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뒤 행보를 보면 ‘여야 합의 우선’이라는 입장에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재의요구권(거부권) 시한이 다음 달 5일인 상법 개정안 처리 문제도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이 1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 거부권이 야당의 재탄핵 도화선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야권이 한 권한대행 재탄핵에 들어갈 경우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자진사퇴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다만 한 여권 관계자는 “자진사퇴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차기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을 지명하는 역공에 나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는 다음 달 18일 자정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