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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테오젠
[서울경제]

◇한국의 바이오텍들은 자금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김정곤의 바이오 테크트리>는 K바이오텍의 창업과 성장 과정, 기술과 비전 등을 종합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면과 온라인을 연계해 풍부한 투자 정보를 전달해드립니다.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196170)이 또 한번 실력을 입증했다. 알테오젠은 3월 17일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에 피하주사(SC) 제형 기술인 하이브로자임 플랫폼(ALT-B4)를 약 2조원 규모로 기술 이전하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로써 알테오젠의 누적 기술 이전 계약은 10 조원을 돌파했다. 잘 만든 플랫폼 기술 1개만으로 블록버스터 신약 10개가 부럽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기술 이전은 지난해 11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계약한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알테오젠은 2017년 중국 치루 제약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첫 기술 이전한 이후 총 8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평균 1년에 1건 꼴로 국내 바이오텍 가운데 알테오젠만큼 주기적으로 꾸준한 기술 이전 성과를 내는 곳은 리가켐바이오 뿐이다.

알테오젠은 아스트라제네카에 기술 이전으로 미국 머크(MSD), 인도 인타스, 스위스 산도즈, 일본 다이이찌산쿄 등 글로벌 빅파마 5곳과 계약을 체결하는 기록을 갖게 됐다. 더 많은 빅파마들이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알테오젠 사옥 앞에 줄을 서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알테오젠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해 창업 17년 만에 시가총액 20조원에 육박하는 코스닥 시장 대장주가 된 알테오젠을 살펴 본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알테오젠 서울 사무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LG화학 출신 박순재 대표, 부인 정혜신 박사와 한남대 연구실에서 공동 창업



알테오젠은 LG화학 출신인 박순재 대표와 그의 아내 정혜신 박사(전 한남대 생명시스템과학과 교수)가 2008년 한남대학교 연구실에서 공동 창업한 바이오텍이다. 박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학 대학원에서 화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MIT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럭키바이오텍연구소(현 LG화학 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옮겼다. 박 대표는 2007년까지 의약품 개발 담당 및 해외개발 담당 상무로 일했다. LG화학에서 나온 이후 한화석유화학 바이오 담당 개발본부장, 합성의약품 제조사인 바이넥스 대표 등을 거쳤다.

알테오젠은 정 박사가 개발한 ‘넥스피(NexP)’라는 원천기술에서 시작됐다. 넥스피는 약물의 인체 내 지속성을 증가시켜주는 ‘롱-액팅(Long-acting)’이라는 바이오베터 기술이다. 바이오베터는 바이오 의약품의 효능을 개선하는 기술인데 대표적으로 롱-액팅과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있다. 알테오젠은 롱-액팅에서 시작해 ADC 플랫폼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고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하게 된다.

회사의 성장 모멘텀이 된 것은 2019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인 하이브로자임 플랫폼(ALT-B4)이다. ALT-B4는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플랫폼으로 일테오젠의 핵심 기술이 됐다.





황금 알을 낳은 거위…하이브로자임 플랫폼 ‘ALT-B4’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 플랫폼 ‘ALT-B4’는 말 그대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알테오젠이 설립 이래 기술 이전한 총 8건 중 초기 2건을 제외한 6건이 ALT-B4로 계약 규모만 10조 원이 넘는다. 알테오젠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LT-B4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6%에 달한다. ALT-B4가 알테오젠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얘기다.

ALT-B4가 어떤 플랫폼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ALT-B4는 약물을 혈관에 정맥주사(IV)하는 방식에서 피하지방에 주입(SC)하는 방식로 바꿔주는 플랫폼이다. 그동안 병원에서 사용해온 정맥주사는 혈관에 바로 주사하기 때문에 효과는 뛰어나지만 투약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들도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피하주사는 정맥 주사보다 투약 시간 및 환자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피하지방에는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는 히알루론산이라는 물질이다. 여기서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가 등장한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피하 조직의 투과성을 높여 약물의 확산 속도를 증가시킨다. 피부 안쪽의 혈관으로 약물이 더 쉽게 흡수되도록 돕는다.

알테오젠은 미국 할로자임의 SC 제형 플랫폼인 인헨즈(ENHANZE)가 사용하는 히알루로니다제 효소 ‘PH20’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ALT-B4를 만들었다. 동물 유래 방식인 PH20의 변종인 셈인데 ALT-B4는 인간 유래 재조합 방식으로 오리지널보다 단백질 안정성이 높은데다 생산성도 우수하다. 이물질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명역원성도 낮아 SC 제형으로 만들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알테오젠의 ALT-B4는 특허 보호 측면에서도 할로자임의 PH20 보다 유리하다. ALT-B4는 2043년, PH20은 2027년까지 특허가 보장된다. 할로자임은 엠다제(MDASE) 기술로 PH20 특허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2034년으로 알테오젠 보다 10년 가량 짧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환자의 편의성 개선과 함께 특허기간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사용 권리 연장을 위해 SC 제형으로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바이오 의약품에 ALT-B4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알테오젠은 비독점 계약 방식의 파트너쉽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비독점 계약 방식은 독점 계약 방식 보다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쉽이 가능하다.

ALT-B4는 확장성도 뛰어나다. 항체치료제, 저분자 화합물, RNAi 등 다양한 치료제와 혼합 제형 개발이 가능하다. 면역항암제 같은 신약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할로자임의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보다 더 넓은 적용 범위를 제공하는 것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알테오젠 서울 사무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8년간 기술 이전 계약 10조 원…SC제형의 절대 강자, 주식시장에서는 ‘킹테오젠’



알테오젠이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역시 ALT-B4 덕분이다. 알테오젠은 ALT-B4를 앞세워 머크, 산도즈, 다이이찌산쿄 등과 조 단위 기술 이전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주가도 말 그대로 급등했다. 2023년 9월 3만원대 였던 주가는 1년 6개월 만에 10배 이상 올라 45만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장의 ‘킹테오젠’이 됐다. 시가총액은 20조원에 육박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알테오젠의 우수한 기술력과 꾸준한 기술 이전에 따른 현금 창출능력이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ALT-B4의 특허가 2043년까지 20년 가까이 남아 있는 만큼 SC제형의 절대 강자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머크 등 대형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이 잇따르면서 인지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고 다양한 치료제와 혼합 제형 개발이 가능한 확장성도 장점으로 뽑힌다.

지난해 알테오젠의 주가를 흔들었던 할로자임의 특허 침해 소송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할로자임은 지난해 알테오젠의 ALT-B4를 적용한 머크의 키트루다 SC 제형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머크도 특허 침해 무효 소송을 즉각 제기했다.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의 원천기술 특허 자체가 다른 만큼 특허 리스크가 불거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머크가 예정대로 올해 하반기 키트루다SC 제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거쳐 상용화 할 경우 중장기적인 판매 로열티 수입도 기대된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히알루로니다제 단독 제품 ‘테르가제’도 매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테르가제는 ALT-B4에서 만든 히알루로니다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시장 규모가 약 1조 원으로 추산되는데 정형외과·신경외과·마취과·재활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증이나 부종의 관리 혹은 약물 흡수를 빠르게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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