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킨 상법 개정안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각계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밑돌을 걷어차고, 재계의 반발만 수용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는 1일 공동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수많은 개미투자자의 염원을 외면한 채 후진적인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체제로 돌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는 재의결로 상법 개정안을 확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은 일부 주주가치 훼손 사례에 대한 대안일 뿐 일반적인 원칙으로 주주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상법은 대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업거버넌스포럼도 3월31일 논평에서 “상법 개정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재의 요구가 아니라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안은 시장경제의 기초이자 주식회사 제도의 당연한 근간을 명시하는 것이다. 반대 논거는 전혀 합리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보고서에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는 외환위기(아이엠에프) 당시 사외이사 제도 등과 함께 도입됐어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가 도입됐다면 지주회사의 저평가 현상은 현재보다 훨씬 완화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찌감치 도입됐어야 할 제도가 25년여 만에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었는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낸 셈이다.
한편 상법 개정에 ‘직을 걸겠다’며 정부 내에서도 이견을 내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법 관련 질문에 “금감원의 입장을 충분히 말씀드렸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이 원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제가 말씀드릴 것은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이날 오후 법무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가 합동으로 진행한 상법 개정안 브리핑에도 금감원 쪽은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