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피터 스네이어스 유로클리어 CEO와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야당의 동의를 전제로 10조원 규모의 ‘원포인트 산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35조원 규모의 추경 대신 ‘핀셋 추경’에 동의한다면 여·야·정 국정협의회 협의 없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여야가 필수 추경의 취지에 ‘동의’해 주신다면 정부도 조속히 관계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추경안을 편성,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10조원 규모 추경에 산불 피해 복구, AI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영세 소상공인 지원 대책 예산 등을 담겠다는 것이다.
이번 제안은 ‘여·야·정 국정협의회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기존 정부 입장보다는 한 발 나아간 것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정부는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추경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으나, 국정협의회의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불 피해복구 등의 절박성을 고려해 여야가 공감하는 필수적인 분야로 한정해 추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추경 편성의 전제조건으로 ‘여야 동의’를 꼽았다. 최 부총리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의 증액이 추진된다면, 정치 갈등으로 인해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게 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산불 피해 극복, 민생의 절박함과 대외현안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필수 추경’은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4월 중에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이 ‘원포인트 추경’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발행 등 소비 진작 대책을 포함한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산불 대책’을 이유로 지난해 삭감된 예비비 2조4000억원을 복원하려고 하는 데도 부정적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4조8700억원의 재난 관련 예산이 있는데 목적을 정하지 않고 예비비를 추가로 늘린다는 건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