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 다섯째) 등 헌법재판관들이 이날 열린 헌법소원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심판정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27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렸다. 민주노총이 하루 총파업을 선언하고 집회를 열었고, 평일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일과를 접고 ‘시민 총파업’에 동참했다. 대학생들도 동맹 휴강을 하고 거리로 나섰다. 전날에는 한국노총이 결의대회를 열어 헌법재판소를 규탄했고, 지난 25일에는 농민단체들이 트랙터를 몰고 상경해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를 비롯한 문인 414명의 성명이 나왔다. 내란 사태 장기화로 헌정 불안이 깊어지는데도 헌재는 도대체 언제까지 탄핵 선고를 미룰 것이냐는 아우성이 극에 이르고 있다.

26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사건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 지지자와 국민의힘 쪽에선 헌재 선고를 이 대표 선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결과적으로 그 주장대로 됐다. 마치 헌재가 법원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이런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헌재의 권위와 신뢰는 큰 상처를 입었다. 만에 하나 일부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이 특정 정치 세력의 의도대로 선고 일정을 미루고 있다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재판관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이처럼 온갖 의심과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헌재가 뚜렷한 설명도 없이 마냥 선고 일정을 늦추고 있는 탓이다. 많은 헌법학자들이 지적하듯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너무도 자명한 사안이다. 지엽적인 법리 논쟁이 있을 순 있다지만, 헌정 수호라는 큰 틀에서 충분히 정리할 수 있다. 탄핵심판 변론 종결 뒤에도 양쪽에서 여러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헌재가 이미 검토를 끝낸 쟁점들일 것이다. 신중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무엇보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면서 국가는 깊이 멍들고 국민들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헌정을 파괴한 내란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우두머리가 여전히 국가원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 자체가 헌정 위기의 지속이다. 이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것이야말로 헌법 질서를 회복하는 길이다. 헌법재판관들은 탄핵심판 대상자의 헌법 수호 의지를 평가하고 단죄하는 주체인데, 지금 보이는 행태는 헌법재판관들 자신의 헌법 수호 의지를 의심케 한다.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똑똑히 되새기고 조속히 대통령 윤석열 파면을 선고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267 지진 붕괴 직전 52층 다리 뛰어넘은 한국인… “딸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66 ‘헌재 100m 진공상태’ 시작됐다…선고 당일 안국역 폐쇄 [지금뉴스]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65 “코인도 금도 아냐”1~2년 후 가격 6배 뛰는 유망 투자처는?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64 “고된 뱃일에 스트레스 받았다”…동료 선원 살인·시신유기한 선장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63 성범죄 혐의 조사 받던 20대, 경찰서 건물서 투신해 사망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62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요”…박해일 등 영화인 1025명 ‘윤석열 파면’ 성명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61 헌재 본관 창문 커튼 싹 내렸다…'尹 운명의날' 지정 후 철통 보안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60 中서 샤오미 전기차 사고 후 폭발… 3명 사망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9 임지봉 "선고일 공지 의미?‥탄핵 인용 결정" [4일 尹탄핵선고]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8 ‘반값 실손’ 연말께 나온다…중증 입원 자기부담 500만원 한도 신설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7 ‘1호 헌법연구관’의 확신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기각 땐 군사 독재 시대로”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6 尹 운명 쥔 8인의 헌법재판관…앞선 탄핵·권한쟁의 판단은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5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조사받던 피의자 투신해 숨져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4 미얀마 강진 닷새째… 2700명 사망·440명 실종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3 이재명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6월3일 변론 종결···이르면 7월 선고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2 이재명 위증교사 항소심 6월 3일 종결… 선고일은 '미정'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1 “지브리 풍으로 해줘” 인공지능, 창작의 종말 오나? [뉴스in뉴스]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50 외교부 “검찰총장 자녀 채용 관련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49 "스벅통장 만들면 한정판 키링"…출시 당일 수천명 몰렸다 new 랭크뉴스 2025.04.01
47248 윤 선고 날 안국역 폐쇄, 경찰 총동원령…헌재 인근 ‘비우기’ 착수 new 랭크뉴스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