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흘째인 23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야산으로 번진 산불을 헬기가 물을 뿌려가며 진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 아빠가 왜 저런….” 23일 경남 창녕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숨진 이모(64)씨의 딸이 망연자실해 말을 잇지 못했다. 창녕군 산림녹지과 소속 산불예방전문진화대원인이씨는 경남 산청군 산불 진압을 위해 지난 22일 현장에 투입됐지만 화마에 휩쓸려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했다. 이씨와 함께 불을 끄러 갔던 진화대원 황모(63)씨와공모(60)씨, 인솔 공무원 강모(33)씨 등 4명이 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최고 대응 단계인 ‘산불 3단계’ 현장에 투입됐다가 숨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2시50분쯤 산청군 구곡산 인근의 한 봉우리 7부 능선 부근에서 이씨를 포함한 창녕군 소속 직원 9명이 불길에 갇혀있단 신고가 산림청으로부터 전달됐다. 이들 중 5명은 구조됐지만, 숨진 4명의 시신은 오후 3시 50분부터 8시 10분 사이 순차적으로 확인됐다.

산림청은 이들이 해당 구역에 배치된 것과 관련해 “하루 몇번씩 상황에 따라 작전을 바꾸며 100여개 팀에 구역을 할당한다.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들의 경우 (주변에) 임도가 있고, 맡을 수 있는 구역이어서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며“바람으로 인해 불이 (그쪽 구역으로) 튀면서 피하지 못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불을 끄러 간 진화대원 3명이 모두 60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왜 최고 대응 단계가 발령된 산불 진화 현장에 상대적으로 고령의 인력이 투입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산불예방전문진화대는 산림청이 2003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각 지자체가 통상 여름철을 제외한 기간에 뽑아 연중 6~7개월가량 운영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현재 9064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만 18세 이상 주민이면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농촌이나 산간 지역에선 이런 일을 맡을 젊은이가 부족한 탓에 산불예방전문진화대의 노령화는 심화하고 있다. 2022년의 경우 평균연령 61세였고 65세 이상은 33.7%였다.
경남 산청 대형 산불이 사흘째로 접어든 23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에서 아들이 불에 탄 어머니 집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뉴스1

각 지자체 채용 공고를 보면 ‘체력 시험’이 명시돼있지만, 고령 지원자가 많다 보니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는 때가 많다고 한다. 충북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청장년이 지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체력시험은) 살수 장비인 15㎏ 등짐펌프를 메고 빨리 걷는 정도 수준”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발 기준에는 ‘취업취약계층’을 우대하고, 고소득자(기준 중위소득 70% 초과ㆍ재산 4억원 이상)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들은 평시엔 산불 예방 등 활동에 주력하다 불이 날 경우 진화 역할을 맡는다. 하루 8시간 일하며 최저시급이 적용된다.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전문 강사 등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훈련에도 참여하지만, 산불예방전문진화대의 고령화 및 상대적 역량 부족 등은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산불예방전문진화대는 위급한 상황 직접 진화에 나서 불을 끄는 동시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전문 역량도 갖춰야 하는 일이다. 공공근로나 노인일자리처럼 ‘일자리 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수행해야 할 기능을 보면 선발 규정에 취약계층 우대 등 내용이 있는 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 선발 규정 및 교육 체계 개선 등을 통한 전문 역량 향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청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일부 진화대원이 “불을 막을 수 있는 복장 등 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산림청은 "방염복 등 적합한 장비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투입되면 10시간 이상 진화 작업을 벌여야 하는 때도 있다. 이런 측면을 감안해 소방대원 등과 복장의 차이는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093 [단독] 국토부, 4개월 전 명일동 싱크홀 주변서 ‘노면 침하’ 확인 랭크뉴스 2025.03.27
45092 ‘여직원 많아 산불현장 보내기 어렵다’ 울산시장 성차별 발언 랭크뉴스 2025.03.27
45091 3000억 원과 맞바꾼 창업자의 뚝심 [기자의 눈] 랭크뉴스 2025.03.27
45090 이재명 “검찰 국력 낭비” 사실이었다…2심 판결문에 검사 10명 이름 랭크뉴스 2025.03.27
45089 손예진이 244억원에 산 강남 상가 텅 비어… “대출이자 월 5000만원” 랭크뉴스 2025.03.27
45088 우원식 "헌재,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 신속히‥한덕수는 마은혁 임명해야" 랭크뉴스 2025.03.27
45087 [속보] 기상청 "28일 오전 3시까지 경북 북부 일부 빗방울 가능성" 랭크뉴스 2025.03.27
45086 안창호, 인권위 특별심사에 "떳떳하다"‥국제기구, '계엄 대응' 등 자료 요청 랭크뉴스 2025.03.27
45085 ‘탄핵 선고일 지정하라’ 민주노총 총파업… “이제 헌재도 심판 대상” 랭크뉴스 2025.03.27
45084 검찰, 이재명 선거법 위반 2심 무죄에 상고…“도저히 수긍 어려워” 랭크뉴스 2025.03.27
45083 의성 산불 엿새 만에 굵은 빗방울 떨어졌지만… 10분 만에 그쳐 랭크뉴스 2025.03.27
45082 한국 산불 제대로 포착한 NASA, 동해는 여전히 ‘일본해’ 표기 랭크뉴스 2025.03.27
45081 서학개미 '원픽' 테슬라…"추가 하락" vs "저가 매수" [인베스팅 인사이트] 랭크뉴스 2025.03.27
45080 “탄핵 선고일 지정하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서울 도심 車 ‘거북이 걸음’ 랭크뉴스 2025.03.27
45079 '최악 산불' 확산 속도 시간당 8.2㎞… 한나절 만에 영덕까지 51㎞ 날아갔다 랭크뉴스 2025.03.27
45078 박선원, 이재명 무죄 환영한 김부겸에 “의미없어” 댓글 논란 랭크뉴스 2025.03.27
45077 60대 진화대원 “800m짜리 무거운 호스 들고 산 중턱까지…” 랭크뉴스 2025.03.27
45076 산불 피하려 1시간을 기어간 엄마…목숨 건 탈출에 딸 ‘눈물’ [제보] 랭크뉴스 2025.03.27
45075 검찰, 이재명 선거법 2심 무죄 판결에 대법 상고 랭크뉴스 2025.03.27
45074 이재명, 산불 현장서 옷 휘두르며 달려든 남성에 위협 당해 랭크뉴스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