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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헬기가 큰 불길 잡지만 진화대원 없으면 완진 못 해
팀장 포함 대부분 계약직 탓…60대 이상이 대부분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진화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청/연합뉴스, 경남 산청군 제공

“살수 호스가 800미터 정도 됩니다. 무거운 호스를 들고 산 중턱 정도까지 올라가야 하니 엄청 힘들죠.”

27일 낮 12시50분께 경북 안동시 임동면의 한 국도변 휴게소에서 만난 경북 문경시 소속 60대 산불진화대원 ㄱ씨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음 산불 발생 지역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전 내내 산불을 끄다 온 ㄱ씨에게서 매캐한 냄새가 났고, 옷에는 재가 묻어있었다. ㄱ씨가 속한 팀은 이날 오전에도 산림 4900여㎡ 면적의 불을 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이 산불 진화에 한번 투입되면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을 내리 일하게 된다. 집결지에서 당일 업무 지시를 받는 시간과 식사를 위해 등산 및 하산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한 6∼8시간은 산에서 불과 사투를 벌인다. ㄱ씨는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산에 올라가면 3∼4시간씩 불을 끄고 내려온다. 우리 팀이 담당한 곳의 산불을 다 끌 때까지 있어야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호스가 무거우니까 7명이 호스를 잡고 있고 1명이 불이 난 곳에 물을 뿌린다. 그러면 나머지 2명이 갈고리를 이용해서 남은 불을 땅속에 묻는 방식으로 진화가 이뤄진다”고 했다.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산청/연합뉴스, 경남 산청군 제공

지난 22일 시작된 의성산불이 엿새째 이어진 27일 낮 청송군 주왕산면 대전사 뒷산에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며 산불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ㄱ씨가 속한 문경시 산불진화대에는 대원 10명으로 구성된 팀이 모두 4개 있다. 이들은 경남 산청군에서 산불이 났을 때부터 교대로 한 팀씩 지원 근무를 하고 있다. ㄱ씨도 나흘 전 경북 의성에서 난 산불 진화에 투입됐는데 이날 안동에 재투입됐다고 한다.

불과 직접 대면하면서 작업을 하는 업무 특성상 위험도도 높다. 특히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면 불을 끄지 못했어도 철수를 해야 한다. ㄱ씨는 “산에 올라가면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그때 불이 바람을 타고 우리를 덮칠 수 있으니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산불 진화 헬기가 주로 불을 끈다고 생각하지만 지상의 진화대원이 없으면 산불은 끝나지 않는다. ㄱ씨는 “산불 진화 헬기가 한번 물을 뿌려도 큰 불길만 잡을 뿐 나뭇가지 등이 쌓인 곳의 속불은 못 잡는다”며 “우리가 그 불에 물을 뿌리고 직접 갈고리질을 해서 불을 끄는 것이다. 불 바로 앞에서 일을 하게 되니까 화상을 입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27일 경북 청송군의 한 산불 진화 현장에서 산불진화대원이 등산할 지점을 확인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산불 진화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이들은 매년 계약을 통해 산불이 집중되는 봄철에만 일한다. 특히 현장에 투입되는 팀의 팀장도 계약직 신분이다. 60대 이상이 주로 산불진화대원으로 일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ㄱ씨는 “여러 해 동안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산불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했고 전문성도 높다”며 오후에 맡은 산불 진화 지역으로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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