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연금연구회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 개혁과 관련해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1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놓고 여권 내부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2007년 2차 연금개혁 이후 18년 만에 여야가 합의점을 찾은 데 대한 평가도 크지만,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점에서 원점 재검토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개정안은 본회의 표결에서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안건 치고는 낮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재석 277명 중 찬성 194명, 반대 40명, 기권 43명으로 여당에서만 반대 26표, 기권 30표가 나왔다. 여당 의원 최소 56명은 개정안에 찬성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박정하·배현진·박정훈·정성국·진종오 의원 등 친한계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고, 윤상현(반대)·김민전(기권) 의원 같은 ‘맹윤’(맹렬한 친윤)이나 박수영(반대)·이철규(기권)·정점식(기권) 등 친윤계 의원들도 반대 혹은 기권표를 던졌다. 그러자 여권에선 “오랜만에 친윤과 친한이 연합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장이던 박수영 의원은 이튿날인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세대에 부담만 주는 개악”이라며 위원장직에서 사퇴했고, 다른 위원들도 총사퇴했다. 박 의원은 “특위에서 만든 합리적인 안을 전부 무시하고 여야 지도부끼리 합의한 것에 대해 원통하고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당초 특위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8년간 점진적으로 올리고,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안을 냈다. 특히, 보험료율을 매년 50대는 1.0%, 40대는 0.5%, 30대 0.33%, 20대는 0.25%씩 각각 오르도록 해 기성세대 부담을 늘리되, 청년층 부담을 완화하도록 했다. 세대간 형평성을 고려한 장치를 넣은 것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은 세대에 상관없이 8년간 0.5%씩 오르도록 했고, 이는 기성세대 부담을 청년에게 전가시켰다는 게 박 의원 등의 주장이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원내 지도부가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합의 과정에서 애쓴 건 알지만, (이번에 처리한 법안은) 청년세대의 골을 빼먹는 수준이라 연금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친윤계의 반대는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연금개혁이 완성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의 기류와도 결을 같이 한다.
친한계에서도 “젊은 세대의 희생으로 기성세대 주머니를 더 채워주는 안”(박정훈), “미래세대에게 커다란 짐을 지우고 외면했다”(진종오) 등의 반발이 나왔다. 당 조직부총장인 김재섭 의원도 “정치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자, 미래세대를 약탈하겠단 합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여당 잠룡도 가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이건 개혁이 아닌 땜질이다. 70점짜리면 평가하겠지만, 20점짜리를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전날 “청년의 부담으로 기성세대가 이득 보는 구조다. 표 계산에서 유리하더라도 정치가 그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비판의 배경에는 청년층 표심 이탈에 대한 위기감이 깔렸단 분석이다. 한 수도권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여다 봤는데 성토가 장난이 아니더라”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데, 이대로는 여당을 지지하던 청년층 표심이 개혁신당이나 다른 쪽으로 이탈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당내 반발이 커지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국회 연금특위에 반대 의견을 냈던 젊은 의원을 배치해 청년세대를 위한 방안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조금이라도 국민에 도움이 되기 위해 (여야 합의를) 결단했다”며 “그래서 지도부는 외로운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처럼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에게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고 자평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군사계엄을 해제시킨 것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양보와 타협으로 큰 개혁안을 끌어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