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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논설위원
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 탄핵안 보다 13일이나 늦게 접수된 한덕수 총리 탄핵안 판결(3월 24일)이 먼저 이뤄진다.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헌법재판관 8명끼리 이견 조율이 잘 안 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석방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는 구속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절차적 정당성이 부각되면 헌법재판관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절차적 정당성 놓고 논쟁 가능성
이재명 2심과 윤 탄핵의 함수관계?
원치않은 판결 따른다고 선언해야
가령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내란죄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국회 탄핵 대리인단은 헌재에 가서 ‘형법상 내란죄’를 탄핵사유에서 빼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절차상 중대 흠결이 생겼으니 이번 탄핵안은 헌재가 각하하고 국회가 탄핵안을 새로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지귀연 판사가 문제 삼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을 두고도 헌재에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는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명백하다고 믿는 이들은 복장 터질 노릇이다. 결론이 뻔한데 헌재가 왜 이렇게 시간을 끄냐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절차적 정당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사법은 작동하지 못한다. 누구 말대로 “헌정질서를 파괴할 경우 국민 누구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면 법치는 붕괴하고 야만이 도래한다.

3월 8일 오후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 국회에서 장관 탄핵은 과반 의석만 있으면 되지만 대통령 탄핵은 재석 3분의 2를 넘겨야 한다. 헌재도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재판은 본질적으로 정치 재판이어서 형사 재판과 달리 여론이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탄핵 최저 기준이 67%란 얘기는 대통령을 파면시키려면 여론의 압도적 지지가 필요하단 의미다. 대통령 탄핵은 단심이고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히 해야 한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직전에 실시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3월 6~7일)에서 탄핵 찬성은 75.2%, 반대는 17.4%였다. 여론이 이쯤 되니 재판관 8대 0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20일 발표된 NBS 조사에선 탄핵 찬성 60%, 반대 35%였다. 이런 조건이면 재판관 8명 중 3명 정도가 탄핵에 반대해도 별로 이상한 건 아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고심이 깊을 듯싶다.

3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위에 경찰 버스로 차벽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3. 이 상태면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재판 2심(3월 26일)이 윤 대통령 탄핵 선고보다 먼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그렇게 되면 선거법 2심과 대통령 탄핵에 함수 관계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2심에서도 1심처럼 당선무효형이 나온다면 이 대표는 엄청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헌재가 대통령 탄핵은 인용 쪽으로 기울 것이란 추정이다.
반대로 2심에서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털고 날개를 달았는데 윤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한다면? 보수진영의 거친 반발을 헌재가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탄핵을 기각ㆍ각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뚜렷한 근거는 없는 루머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헌법재판관들이 선거법 2심 결과를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묶는 운명의 끈은 상당히 질긴 모양이다.

4. 여야 모두 상대에게 탄핵 재판 결과에 승복하라고 요구한다. 어느 한쪽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반발하면 국가적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과 달리 이번엔 보수와 진보의 세 대결이 팽팽하기 때문에 승복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여야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판결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을 땐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거의 없다. 상대에겐 승복하라고 해놓고 정작 자신은 승복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자들이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머잖아 탄핵 선고일이 공지되면 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원치 않은 판결도 무조건 따른다는 공식 선언을 했으면 좋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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