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달리 필수 전산 요건 없는 PEF
법 악용해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 감출 수 있어
“진정성이 있다면 금감원 검사·조사에 협조해야”
금융감독원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전 홈플러스 채권을 발행한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지만, 당국의 검사 작업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일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달리 금융 당국의 감시망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지 않는 PEF에 대해 운용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이 MBK파트너스에 대해 검사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홈플러스가 발행한 유동화 채권 등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수천억원을 잃을 위험이 발생하는 등 홈플러스 사태가 커지자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이 나섰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9일부터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체계적인 자료 확보가 가능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검사 환경은 척박하다. 당장 자료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영업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이 정해놓은 전산 설비 등 물적 설비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와 같은 PEF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자본금 1억원에 투자운용전문인력 2명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회생을 결정하는 과정을 문서로 기록했을지, 기록했더라도 보관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이 기록부터 확인해야 한다.
회사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금융사는 회사의 자체적인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PEF는 직원마다 이메일에 접속하는 포털이 다르다. 이메일이 있어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는 당국이 검사할 때 자료를 요구하는 프로세스가 있지만 PEF는 없다”며 “비유하자면 동네 구멍가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19일 현안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 측이 진정성이 있다면 검사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PEF가 대폭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된 건 2019년 1조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촉발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이후다. 두 펀드는 모두 사모펀드로,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를 ▲일반 사모펀드와 ▲PEF로 나눴다. 과거엔 일반 투자자건 전문 투자자건 기관 투자자건 구분 없이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2021년부턴 일반 사모펀드는 전문 투자자 혹은 3억원 이상 투자자만, PEF는 기관만 투자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PEF에 대한 규제는 풀어줬다. 공모펀드와 다른 사모펀드의 제도적 취지를 최대한 살린 조치였다.
일반 사모펀드는 매달 업무보고서를 제출하지만 PEF는 이런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펀드보고서 역시 일반 사모펀드는 분기별로 제출해야 하지만 PEF는 반기에 한번 제출하면 된다. 또 과거 PEF는 운용할 때 차입을 최대 10%만 활용할 수 있었는데 제도가 바뀌면서 차입 한도가 최대 400%로 확대됐다.
이런 PEF의 특성 때문에 홈플러스 사태 초반엔 금감원이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PEF의 행위를 당국이 일일이 감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기성 채권 발행 의혹이 짙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떨어지면서 단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곧바로 다음 영업일인 이달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홈플러스는 카드대금을 기초로 한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8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신용등급 하향 또는 회생을 계획했으면서도 채권을 발행했다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낮춘 한국기업평가의 김기범 대표이사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홈플러스 내부적으로 신용등급 하향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는 통상적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조정하기 전, 해당 기업에 등급 조정을 예고하면서 재무 상황 개선 계획에 대한 보완 자료를 요구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홈플러스에 보완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금감원이 검사하는 목적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사기성 채권 발행을 인지했는지, 그 결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과 회생 신청 계획 시기, 전자단기사채 발행·판매 과정에서 부정거래 의혹,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이익 침해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자본시장법(제249조의14)에 따르면 PEF가 법적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PEF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라며 “제재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 악용해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 감출 수 있어
“진정성이 있다면 금감원 검사·조사에 협조해야”
금융감독원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전 홈플러스 채권을 발행한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지만, 당국의 검사 작업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MBK파트너스는 일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달리 금융 당국의 감시망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지 않는 PEF에 대해 운용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이 MBK파트너스에 대해 검사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홈플러스가 발행한 유동화 채권 등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수천억원을 잃을 위험이 발생하는 등 홈플러스 사태가 커지자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이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19일부터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체계적인 자료 확보가 가능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검사 환경은 척박하다. 당장 자료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영업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이 정해놓은 전산 설비 등 물적 설비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와 같은 PEF는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자본금 1억원에 투자운용전문인력 2명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회생을 결정하는 과정을 문서로 기록했을지, 기록했더라도 보관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이 기록부터 확인해야 한다.
회사 이메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금융사는 회사의 자체적인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PEF는 직원마다 이메일에 접속하는 포털이 다르다. 이메일이 있어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는 당국이 검사할 때 자료를 요구하는 프로세스가 있지만 PEF는 없다”며 “비유하자면 동네 구멍가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19일 현안 관련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 측이 진정성이 있다면 검사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사모펀드 제도가 개선되기 전엔 일반 투자자, 전문 투자자, 기관 투자자 구분 없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1년 제도가 개선되면서 일반 투자자는 일반 사모펀드만 투자할 수 있게 바뀌었으며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불가능해졌다./금융위원회
PEF가 대폭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된 건 2019년 1조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촉발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이후다. 두 펀드는 모두 사모펀드로,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투자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를 ▲일반 사모펀드와 ▲PEF로 나눴다. 과거엔 일반 투자자건 전문 투자자건 기관 투자자건 구분 없이 사모펀드에 투자했는데, 2021년부턴 일반 사모펀드는 전문 투자자 혹은 3억원 이상 투자자만, PEF는 기관만 투자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PEF에 대한 규제는 풀어줬다. 공모펀드와 다른 사모펀드의 제도적 취지를 최대한 살린 조치였다.
일반 사모펀드는 매달 업무보고서를 제출하지만 PEF는 이런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펀드보고서 역시 일반 사모펀드는 분기별로 제출해야 하지만 PEF는 반기에 한번 제출하면 된다. 또 과거 PEF는 운용할 때 차입을 최대 10%만 활용할 수 있었는데 제도가 바뀌면서 차입 한도가 최대 400%로 확대됐다.
이런 PEF의 특성 때문에 홈플러스 사태 초반엔 금감원이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PEF의 행위를 당국이 일일이 감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자단기채 투자자들이 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MBK파트너스 앞에서 열린 'MBK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원금반환촉구 기자회견'에서 MBK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뉴스1
하지만 사기성 채권 발행 의혹이 짙어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떨어지면서 단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보고, 곧바로 다음 영업일인 이달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홈플러스는 카드대금을 기초로 한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8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신용등급 하향 또는 회생을 계획했으면서도 채권을 발행했다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낮춘 한국기업평가의 김기범 대표이사가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홈플러스 내부적으로 신용등급 하향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는 통상적으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조정하기 전, 해당 기업에 등급 조정을 예고하면서 재무 상황 개선 계획에 대한 보완 자료를 요구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홈플러스에 보완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금감원이 검사하는 목적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사기성 채권 발행을 인지했는지, 그 결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과 회생 신청 계획 시기, 전자단기사채 발행·판매 과정에서 부정거래 의혹,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이익 침해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자본시장법(제249조의14)에 따르면 PEF가 법적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PEF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라며 “제재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