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홈플러스 단기채권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인 판매분까지 합친 리테일(소매) 판매 규모는 5400억원을 넘겼다. 전체 홈플러스 채권 잔액(6000억원 규모)의 90% 이상 개인·일반법인 투자자에게 떠넘겨진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분석한 결과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증권사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075억원(676건)으로 파악됐다. 일반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327억원(192건)이었다. 기술·전자·해운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홈플러스 단기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소매판매 규모가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쟁점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가능성을 인지한 후에도 단기채를 찍어냈는지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에도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 당시 이미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 1차 통보를 받은 상태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MBK는 신용등급 하락하기 전에 판매했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해당 ABSTB는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 발행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예상했음에도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경우, 동양·LIG 사태처럼 대형 형사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
신영증권, 하나증권을 포함해 홈플러스 단기채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홈플러스에 대한 공동 대응을 준비중이다. 다만 홈플러스 단기채 판매를 권유한 직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상 6대 판매규제를 잘 지키지 않았다면 증권사 역시 ‘불완전 판매’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 매장을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나 부동산 펀드에서도 대규모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하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 전략을 써왔다.
이 같은 유형의 점포를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왔는데, 홈플러스가 임대료를 미지급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 손실이 본격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둔 리츠와 펀드 규모를 1조원대 수준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