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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링크’ 대표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의 포니링크 오퍼레이션 허브에서 남경필 대표를 만났다. 포니링크가 개발한 자율주행 차량 앞에서 남 대표가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권재현 선임기자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다. 이동의 자유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획기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자율주행 시험장이라고 할 정도로 정부 주도의 장려책을 펼쳐온 중국과 테슬라, 구글 웨이모 등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온 미국이 저만치 앞서 있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추격 중이다.

이미 현실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도 요즘 신차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웬만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다 탑재하고 나온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아직은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자율주행 2단계에 머물러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라고 설명하는 건 그래서다. 운전석에 사람이 없어도 차가 알아서 움직이는 3단계나 운전대 자체가 아예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수준(4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링크’ 남경필 대표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나 법·제도, 사회적 수용성 등 제반 인프라가 미국이나 중국보다 최소 10년은 뒤져 있다”고 말했다.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핵심 분야인데도 다들 이런저런 핑계만 댈 뿐, 절실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포니링크가 앞장서 미래 운송수단의 혁신을 이끌고, 상생의 새로운 자율주행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남 대표는 5선 국회의원 출신에 경기도지사를 거쳐 한때 대권까지 꿈꿨던 화려한 정치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하더니 ‘자율주행 전도사’가 돼 나타났다. 자율주행 산업 발전에 모든 걸 걸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4일 수인분당선 정자역 인근에 위치한 포니링크 사무실을 찾았다.

-포니링크 대표를 맡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2023년 가을이었다. 중국 선전에 가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차량을 직접 보고선 무릎을 쳤다. 이게 바로 인류의 미래로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도 그 세상을 하루속히 구현하고 싶었다. 때마침 중국에서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하고 있던 ‘포니AI’의 제임스 펑 회장과 인연이 닿았다. 그도 한국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지난해 1분기에 IT 솔루션 사업과 해외 명품 유통이 주력이던 젬벡스링크 대표를 맡아 사명을 포니링크로 바꾸고 자율주행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포니AI와 합작법인 출범을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제임스 펑 회장이 합작 상대로 자신을 택한 이유가 뭘까. 그간의 정치 경력으로 미뤄 ‘자율주행 스타트업 대표’라는 명함이 좀 낯설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자율주행은 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때부터 관심이 있던 분야다.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자 전방위로 뛰어다니기도 했다. 재선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경기도가 자율주행의 메카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 산업이라는 게 특정 기업만 분주하게 뛰어다닌다고 꽃이 피는 게 아니다. 정책과 제도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인식까지 사회 전체가 맞물려 돌아가도 될까 말까 한다. 민관을 아울러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전문성을 키워온 내 경력을 보고 한국에서 자율주행 사업의 열매를 맺을 적임자로 점찍지 않았을까.”

-포니링크 대표로 취임한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다. 막상 뛰어들고 보니 어떤가. 대한민국 자율주행의 현주소는 어디쯤 와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한참 뒤진 게 사실이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벌어져 있지 않나 싶다. 알다시피 중국에선 이미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차들이 유료로 도로를 누비고 있다. 상업적으로 운용 중이라는 뜻이다. 거기서 취득한 각종 주행 데이터가 쌓이고 쌓여 또다시 새로운 기술 발전을 견인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제약이 너무 많다. 시범 운행 수준인 데다 그마저 운행 지역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래서야 무슨 유의미한 데이터가 모이겠는가. 포니링크만 해도 당장 로보택시를 운행할 기술적 기반은 다 갖춰놨지만, 여러 장애 요소로 인해 상용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차량이 신호등이나 안전표지 등 교통 시설과 통신을 주고받으며 자율주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지능형 교통망 구축 미비 등이 대표적이다.”

포니링크 엔지니어들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KONA Electric)을 포니AI의 고성능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로 개조하는 작업을 지난해 마쳤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무슨 복안이 있나. 앞으로의 사업 구상과 계획을 알고 싶다.

“그동안 쌓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정부나 지자체, 의회를 상대로 설명할 건 설명하고 해서 필요한 정책 정비나 지능형 교통 체계 확립 등 제도 개선에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래서 작은 규모라도 일단 올 상반기 중에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게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 보이고 싶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하다.”

-구체적 방향이 있다면.

“대중교통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 대중교통이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버스 및 택시 운수 회사의 지속적인 경영난과 고질적인 인력(기사) 부족이 대표적이다. 서울을 비롯한 도심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도서 산간 지역과 지역에선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하다. 특히 야간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이동 요구는 많은데, 심야 버스는 부족해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건가. 외국인 기사 고용으로 풀릴까. 자율주행 버스나 로보택시 운용 확대가 답이 될 수 있다. 지금의 규제나 허용 범위 하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운전대에 앉아 전방을 예의주시하면서 비상시에만 개입한다면 운전기사는 지금보다 훨씬 낮은 노동 강도로 일할 수 있다. 인건비가 내려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신규 인력 확충 여지가 커지고, 자연스레 차량 공급이 늘어난다.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일자리를 메운다는 차원인 만큼 노사 모두 ‘윈윈’이라고 본다. 화물 운송(트럭) 분야 진출도 계획 중이다.”

정치를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정책’이 화제로 떠오르자 열변을 토하는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2017년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모병제’를 주제로 경쟁 후보와 열띤 정책 공방을 벌이던 모습이 중첩됐다.

자율주행 분야 또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국내에선 더욱 그렇다. 기술의 안전성이나 신뢰성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이나 의문이 여전하다. 기업의 책임 의식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미·중 간에 불붙은 ‘안보 주권’ 경쟁에서 드러나듯 카메라와 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하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한 정보 유출 의혹과 사이버 보안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를 헤쳐가기 위해서도 포니링크는 당분간 ‘남경필’이라는 인물의 개인기에 더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남경필이라는 CEO가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안전하게 순항하는 포니링크의 ‘완전 자율주행’을 꿈꾼다고 했다. 그쯤 되면 국내의 자율주행 산업 또한 세계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훌쩍 성장해 있으리란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한마디를 보탰다.

“한국도 오픈소스를 강화해야 합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과 연구자, 지자체 등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댈 때 오픈 AI나 딥시크처럼 관련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각 기업이 마치 혼자서 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빗장을 걸어 잠그고 서로 견제하는 구도 하에선 절대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포니링크가 완성차 업체인 KG모빌리티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권재현 선임기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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