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본사서
법정관리 관련 기자회견 개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MBK 질문 말고 '홈플러스'만 물어보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언론 탓까지
"부정적인 보도로 조기 정상화에 큰 어려움"
법정관리 관련 기자회견 개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MBK 질문 말고 '홈플러스'만 물어보라"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언론 탓까지
"부정적인 보도로 조기 정상화에 큰 어려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왼쪽)와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MBK에 대한 질문이 아닌) 홈플러스 질문만 해달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
홈플러스가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10일 만이다. 외관상 기자회견 개최자는 홈플러스였지만 이번 사태의 원흉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이자 회사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다.
그런데 정작 이 자리에서 MBK파트너스가 해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사모펀드의 경영 능력에 대한 지적에도, 부도가 나지 않았는데 법정관리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에도 MBK파트너스는 제대로 답한 게 없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대표는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웃기까지 했다. ◆ 선 긋는 MBK…기자회견 왜 나왔나14일 오전 10시 홈플러스가 서울시 강서구 소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 등을 포함한 총 9명이 참석했다. 회견은 15분의 설명과 45분의 질의응답 등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사과문을 읽는 것은 조주연 대표가, 법정관리의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정원휘 홈플러스 준법경영본부장이 담당했다.
조 대표는 "이번 회생절차로 인해 불편을 겪고 계신 협력사, 입점주, 채권자 등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많은 분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원에서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해 준 덕분에 현재 빠르게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13일 기준 상거래채권 중 3400억원을 상환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유 중인 현금은 1600억원이다.
그는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은 곧 지급 완료될 것"이라며 "매일 현금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잔여 상거래채권 지급도 문제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발생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이 나오자 "이 자리는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을 답변하는 자리"라며 "제가 MBK 임원인 동시에 홈플러스에 나와 있기에 MBK 질문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고객·협력업체·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가능하면 홈플러스 질문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김 부회장의 답변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를 분리해 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2015년 MBK파트너스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MBK가 10년간 홈플러스를 운영해왔다.
홈플러스의 모든 경영 판단은 MBK가 한다. 부도가 아닌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택한 것도 MBK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곳은 홈플러스가 아닌 MBK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MBK에 대한 질문을 하지 말고, 홈플러스에 대해서만 물어보라는 것은 모순이다.
MBK파트너스가 기업 회생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부도를 막고 회사를 정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길을 회생밖에 없다. (MBK는) 주주로서 권리를 내려놓고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김광일 부회장이 현재 20개가 넘는 회사의 이사를 맡고 있는 점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이 문제로 홈플러스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홈플러스 경영진 대부분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MBK파트너스 인사로 구성됐다는 점에 대한 지적에는 "전문적인 경영진이며, 훌륭한 분들"이라며 "지난 1년 우리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성장률이 경쟁사(이마트·롯데마트)보다 높다. 오프라인도 그렇고, 온라인도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사태의 원인이 MBK에 있는 만큼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간담회에서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라며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회피했다. ◆ 안일한 태도, 안일한 답변 현장에서 정산이 일주일씩 늦어진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데에 대해서도 안일한 태도로 답했다. 조주연 사장은 "거래처가 수천개라 매일 지급이 나가지만 그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된다"라며 "아직 차례가 안 된 분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받으신 분들은 불만을 제기 안 할 거다"라고 답했다.
정산이 미뤄지는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서 '받으면 문제 없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점차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의 숫자도 줄어들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심지어 김광일 부회장과 조주연 사장은 때때로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고, 기자들의 질의에도 웃으며 답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까지 소환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년의 통계를 냈는데, 홈플러스는 이마트·롯데마트보다 문 닫은 매장 수가 적다"라며 "저희가 매장을 더 유지하고 있다. 또, 2018년부터 마트 노동자 모두 정규직 전환도 했다. 반면 다른 마트는 아직도 계약직, 비정규직이 많은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조주연 사장은 모두가 홈플러스를 도와야 한다는 궤변까지 늘어놨다. 조 사장은 "정상화를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양해와 도움이 절실하다"라며 "협력사 및 임대 점주분들께서는 지금 당장 변제받으시길 바라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 지급하기 어렵다.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를 우선순위로 한다. 이 부분에서 대기업 협력사의 양해가 꼭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조금만 양보해달라"고 말했다.
언론까지 탓했다. 조 사장은 "매일 우리 홈플러스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계속 보도되면서 조기 정상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질책할 부분은 따끔하게 질책해 주시되, 2만명 직원들과 협력사·임대주 등 수만명의 관계사 가족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부분은 따뜻한 눈길로 봐달라"고 말했다. ◆ 막대한 피해…MBK가 던진 돌한때 9조원에 육박하던 매출은 MBK 운영 하에서 6조원대로 하락했다. 2017년 6조6067억원, 2019년 6조4101억원 등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91억원에서 151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2021년 6조9662억원의 매출과 9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홈플러스는 이듬해 6조4807억원의 매출과 13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계속 적자였다. 2022년 26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1994억원의 손실을 냈다. 누적 적자는 5931억원에 달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크게 줄었다. 2021년 7864억원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은 2023년 1558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유동부채는 1조8836억원에서 3조496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단기차입금 역시 1663억원에서 5861억원으로 확대됐다. 2023년 부채비율(자본총계 나누기 부채총계)은 3211%에 달한다.
MBK가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택하면서 협력사, 금융사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채권과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손실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홈플러스가 쏘아 던진 작은 조약돌(들)'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인수될 당시 부담하게 된 인수금융의 상당 부분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상환 부담을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라며 "회사 채무조정의 숨겨진 관건은 임차 매장과 관련한 리스 부채다. 매각된 점포를 재임차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채무의 형식이 일반차입금에서 리스 부채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홈플러스 채무조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분석했다.
정부까지 나섰다. 산업부는 지나 13일 홈플러스와 납품기업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에 대한 검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지금 단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되므로 인한 부작용을 볼 수밖에 없다”라며 "홈플러스 거래 대상이 되는 3500개 거래업체 명단과 거래내역, 미지급 내역 등을 확보해 정부에서 필요한 판단을 할 수 있게 자료를 준비했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금융사에 대한 검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