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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빠져나가는 ‘달러’를 붙잡고 국내 투자도 늘리려고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국내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신설하고, 비과세 한도와 국내주식 의무투자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외환 유입 문턱도 일부 낮춘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9일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은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열고 ‘외환수급 개선을 위한 추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들어오는 외환보다 나가는 게 많은 구조가 이어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우선 일반투자형 ISA보다 비과세 한도를 2배 늘린 국내투자형 ISA 신설을 추진한다. 국내주식이나 국내주식형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관련 ISA에 편입되는 국내주식형펀드의 국내주식 의무투자비율도 최저 40%(법정 한도)보다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주식 의무투자비율이 높아지면 증권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도 확대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구체적인 한도는 앞으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반투자형 ISA의 비과세ㆍ납입 한도 확대도 재추진한다. 비과세 한도는 현행 연 2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형은 400만→1000만원)으로,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에서 4000만원(5년간 총 1억→2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앞서 정부는 증시 활성화의 일환으로 ISA 비과세 한도를 올리려 했지만,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확정된 상황에다, ISA 비과세 한도를 더 늘리면 저축 여력이 있는 일부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야당의 지적 때문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추진하는 국내투자형 ISA 신설과 ISA 비과세·납입 한도 상향도 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시행이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정부는 기업 대상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촉진 세제 지원도 다시 추진한다. 주주환원 증가 금액(직전 3년 대비 5% 초과분)에 법인세의 5%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배당 증가 금액에는 저율 분리과세하는 방안이다.

외환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았던 규제는 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급격하게 외환이 들어오는 걸 제한했는데, 원화 가치 변동성과 대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원화 약세와 외환 유출이 지속하면서, 이제는 외환이 원활하게 들어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실제 ‘서학개미(개인 해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외환 유출에 속도가 붙었다. 올 1ㆍ2월 개인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로 빠져나간 외환은 108억1000만 달러에 이른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도 지난 1월 16억1000만 달러 유출을 기록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도 지난달 말 4092억1000만 달러로 줄어 2020년 5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외환시장 전문투자자 기업의 선물환 등 파생상품 거래 위험헤지비율 한도를 현행 100%에서 125%로 완화하기로 했다. 기업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물환 거래를 할 때, 수출입 등 실물 거래에서 발생하는 외환 규모의 125% 수준까지도 허용한다는 의미다. 국내 달러 흐름을 늘리는 방향의 대책이다.

같은 이유로 원화 용도 ‘김치본드(Kimchi bond)’에 대한 매입 제한 규제도 없앤다. 기존에는 기업이 원화로 환전할 목적으로 발행한 외화 표시 채권(김치본드)은 금융회사가 매입할 수 없었다. 과거 국내 기업이 외화 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낮은 금리의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한국은행이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기업이 원화 용도 김치본드를 통해 외화를 확보하면 외환수급 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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