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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 210억 소송 상고심 계류 중
법원 “차액가맹금, 명시적 합의 필요”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의 모습. 사진=뉴스1


한국피자헛의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이 2월 11일 대법원 심리불속행기간을 도과하면서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피자헛 소송을 시작으로 업계 오랜 관행이었던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 받은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에서 인정한 75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금액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가맹계약 체결 또는 갱신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차액가맹금이 명시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차액가맹금 대상이 되는 원·부재료와 금액을 일방적으로 정했다고 판단하며 묵시적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명시적 합의 없으면 부당이득”


한국피자헛 측은 가맹점주들이 정보공개서를 통해 차액가맹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며 오랜 거래 관행상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차액가맹금 지급액 및 지급비율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지 않던 과거 시기까지 부당이득의 범위를 확대해 배상액을 크게 늘렸다.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은 2018년 4월 3일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개정된 시행령은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2021년 10월 28일 헌법재판소는 개정된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2020년 12월 “한국피자헛은 각 가맹계약에 따라 총수입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정수수료로 지급받았음에도 우리에게 공급하는 원재료 원가에 일정한 차액의 이익을 붙이는 이른바 ‘차액가맹금’을 청구해 가맹금을 중복 지급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6월 3일 1심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맹계약에 가맹점주들이 피자헛에 차액가맹금 형태로 가맹금을 지급하기로 한 명시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인보이스에 피자헛이 납품한 물건의 가격에 일정한 차액이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쟁점은 ‘사전 합의’


소송의 핵심 쟁점은 본사와 가맹점주 간 사전 합의 여부였다. 법원은 차액가맹금 자체를 불법으로 보지는 않았다. 가맹사업법상 가맹금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액가맹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물품 등의 대가로 가맹본부에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대가 중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원재료를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유통마진이 차액가맹금에 해당한다.

결국 피자헛 사안에서는 차액가맹금 지급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합의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고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가맹본부의 부당이득이 인정됐다. 2024년 9월 11일 2심 판결에서는 차액가맹금 지급액 및 지급 비율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지 않던 과거 시기까지 그 부당이득의 범위가 확대됐다.

재판부는 가맹사업법령이 2018년 4월 개정돼 2019년 1월부터 시행되기 전까지는 차액가맹금 지급 여부와 그 비율이 정보공개서의 기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가맹점주들이 납품한 물품대금에 차액가맹금이 포함돼 있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가맹사업법 개정 이후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를 기재하도록 한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법원은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직전 연도에 수취한 차액가맹금의 사후적인 정보에 불과하므로 개별 가맹점사업자와의 합의 자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피자헛이 가맹점주들로부터 2019년 매출액의 3.78%, 2020년 매출액의 4.5%에 해당하는 돈을 물품대금에 포함해 차액가맹금 형태로 수령했으며 이는 가맹사업법령상 또는 각 가맹계약상 근거가 없어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2024년 7월 3일부터 시행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차액가맹금 수령을 위해서는 계약상 근거나 합의가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필수품목 관련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해 차액가맹금에 관한 합의가 가맹계약서의 필수 기재사항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잠복된 법적 쟁점들


그러나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법적 쟁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여러 쟁점도 앞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의 산정방식이 문제다. 가맹본부가 제3자로부터 물품을 구매해 공급하는 경우 해당 구입가격이 적정 도매가격이 될 수 있지만 가맹본부가 직접 생산하거나 계열사로부터 공급받는 경우 적정 도매가격의 기준이 불명확하다.

둘째, 차액가맹금의 가맹계약 반영 방식에 관한 문제가 있다. 계약서에 단순히 차액가맹금 수취 사실만 기재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품목별 마진율과 구체적인 산정 방식까지 명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적정한 차액가맹금 비율 기준에 관한 쟁점도 남아 있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마진율이 적정한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향후 갈등의 소지가 있다.

넷째, 가맹본부가 가맹금을 수취하는 구조에 따라 달리 볼 여지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로열티와 차액가맹금을 모두 받는 경우와 차액가맹금만 받는 경우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차액가맹금 수취구조를 가진 대다수 가맹본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가맹본부들은 차액가맹금에 대한 명시적 합의를 가맹계약에 포함시키거나 로열티 모델로 수익구조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돋보기]

차액가맹금 소송, 치킨·아이스크림 업계로 확산


피자헛 소송을 시작으로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치킨 업종에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17일 교촌치킨 가맹점주 247명은 교촌에프앤비를 상대로 인당 100만원의 차액가맹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앞서 1월 13일에는 bhc치킨 가맹점주 327명이 서울동부지법에 각 100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2024년 12월 13일에는 배스킨라빈스 점주 417명이 BR코리아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BBQ와 푸라닭 가맹점주들도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맹점 평균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은 4.4%로 가맹점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 금액은 2800만원이다. 업종별로는 치킨(8.2%), 커피(6.8%), 제과제빵(5.5%), 피자(4.2%), 한식(2.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수익 모델은 크게 차액가맹금과 로열티로 나뉜다. 로열티 모델이 대부분인 해외와 달리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상당수가 차액가맹금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와 정부는 보다 투명한 수익 배분 구조를 가진 로열티 모델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가맹본부와 점주 간 신뢰 부족으로 단기간 내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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