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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6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기존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하고 의대생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한 의과대학. 뉴시스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되돌리기로 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 우세하다. 특히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증원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조건부 정원 동결’ 제안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다만 물밑에서는 의대생이 1년 더 휴학할 때 따를 피해를 우려하며 “이제는 정부 제안을 수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8일) 열린 전국시·도의사회 회장단 비공개회의에서 대다수 회장들은 교육부가 ‘이달 내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3058명)으로 돌리기로 한 것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시·도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조직으로, 전국 16개 지역에 조직돼 있다.

한 지역 의사회 회장은 “이왕 기존 정원으로 돌아갈 거면 조건 없이 해야지, ‘미복귀 시 증원’이라는 협박 같은 얘기를 달면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며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발표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의사회 회장도 “정부가 ‘안 돌아오면 증원하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바람에 다른 이야기는 묻혔다. 누가 늘어도 협박인 말을 듣고 학생들이 돌아오겠느냐”며 “3058명으로 돌아가는 건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는 이야기인데, 그에 대한 유감 표명이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의대생 단체도 지난 7일 교육부 발표를 비판하는 공식 입장을 낸 뒤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입장문에서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학생을 협박할 거라면 교육과 학생을 위한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또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24·25학번 교육 대책 등 기존 요구를 열거하며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026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기존 3058명으로 동결하기로 하고 의대생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한 의과대학. 뉴시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생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와 협박뿐”이라며 “7500명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대안도 없이 내년 신입생 선발부터 걱정하는 모습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적었다. 박 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있는 의협도 입장문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24·25학번 교육 운영 방안에 대해 “제시된 내용으로는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정부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선 의과대학 학장단이 어렵게 이끌어낸 정원 동결 제안을 거부하고, 2년 연속 휴학 투쟁을 이어가는 건 무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학번마저 올해 휴학하면 내년에는 3개 학번(24·25·26학번)이 함께 1학년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24·25학번이 함께 교육받아야 하는 올해 상황에 대해 교육부는 24학번이 한 학기 먼저 졸업하는 ‘5.5년제’ 등 4가지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런 탄력적인 교육과정은 3개 학번이 겹치게 되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한 의대생은 “정원 동결과 24학번이 먼저 졸업하는 방안을 얻은 것만으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본다”며 “올해도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해결이 더 어려울 텐데 이밖에 어떤 대안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강경파 사이에선 2026학년도 정원을 기존대로 동결 정도가 아니라, 아예 뽑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된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6학년도 정원을 뽑을 수 있을지 자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인 주장이란 지적이 의협 내부에서도 나온다. 의협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에 한 명도 뽑지 말자는 건 국민도, 정부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내부에서도 집행부가 내세우는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우려가 크다. 2년 연속 의대 교육이 멈추는 걸 막기 위해 의협도 현실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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