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속도 늦추고 암 억제하는 유전자 많아
나이 들어도 신진대사 줄지 않아 근육 유지
손상 DNA 복구하는 도약 유전자도 다수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척추동물로 알려진 그린란드상어의 장수 비결이 밝혀졌다. 암과 밀접한 면역 반응과 염증,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많았다. 앞서 연구에서는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가 많고, 신진대사가 나이가 들어도 감소하지 않는 점도 장수 비결로 꼽혔다. 그린란드상어는 장수 무기를 종류 별로 다 갖춘 셈이다.
시게하루 키노시타 일본 도쿄대 교수는 최근 “그린란드상어의 DNA를 분석한 결과, 노화 속도를 낮추고 장수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가 많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그린란드상어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상어이다. 몸길이가 6m 이상이며, 몸무게는 1400㎏에 달한다. 거대한 크기보다 더 주목받는 점은 그린란드상어의 수명이다. 2016년 존 스펜슨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그린란드상어가 400년 넘게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상어 각막의 탄소 동위원소 함량을 측정해 수명을 추정했는데, 북극에서 생포한 암컷 상어 28마리의 평균 나이와 몸길이는 각각 272세, 5.02m였다. 그린란드상어가 6m 이상 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명이 400세 이상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의 장수 비결을 찾기 위해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NF-κB’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는 TNF, TLR, LRRFIP 등의 유전자 수가 다른 상어보다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NF-κB 신호 전달 경로는 면역 반응과 염증 조절, 세포 생존·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노시타 교수는 “면역 반응, 염증, 세포 증식은 노화와 수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NF-κB 신호 전달에 관련된 유전자의 증가는 그린란드 상어의 장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신호 전달 경로가 활성화되면 세포의 면역 반응을 강화하고, 염증을 조절하며, DNA를 복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상어는 또 다른 장수 유전자 무기를 갖고 있다. 지난해 독일 라이프니츠노화연구소는 그린란드상어가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세포 손상을 방어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린란드상어의 유전자는 70% 이상 자가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으로 구성돼 있다. 트랜스포존은 DNA에서 자신을 잘라내 다른 곳에 갖다 붙이는 부분으로, 뛰어다니듯 염색체에서 위치를 쉽게 바꿔 ‘도약 유전자(jumping genes)’라고도 불린다. 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가 이 유전자를 역으로 이용해 DNA를 복구하며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신진대사 역시 장수 비결 중 하나다. 지난해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근육 조직을 채취해 그린란드 상어의 신진대사를 분석한 결과, 연령에 따른 대사 활동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대사가 감소해 근육이 약해지고 위산 분비가 줄어 소화력도 떨어진다. 그린란드상어는 나이가 들어도 신진대사가 감소하지 않아 이런 문제 없이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명예교수는 “어류의 경우 일반적으로 크기가 클수록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며, 그린란드상어의 장수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bioRxiv(2025), DOI : https://doi.org/10.1101/2025.02.19.638963
bioRxiv(2024), DOI : https://doi.org/doi.org/10.1101/2024.09.09.611499
Science(2016), DOI : https://doi.org/10.1126/science.aag0748
나이 들어도 신진대사 줄지 않아 근육 유지
손상 DNA 복구하는 도약 유전자도 다수
그린란드상어./위키미디어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척추동물로 알려진 그린란드상어의 장수 비결이 밝혀졌다. 암과 밀접한 면역 반응과 염증,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많았다. 앞서 연구에서는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가 많고, 신진대사가 나이가 들어도 감소하지 않는 점도 장수 비결로 꼽혔다. 그린란드상어는 장수 무기를 종류 별로 다 갖춘 셈이다.
시게하루 키노시타 일본 도쿄대 교수는 최근 “그린란드상어의 DNA를 분석한 결과, 노화 속도를 낮추고 장수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가 많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그린란드상어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상어이다. 몸길이가 6m 이상이며, 몸무게는 1400㎏에 달한다. 거대한 크기보다 더 주목받는 점은 그린란드상어의 수명이다. 2016년 존 스펜슨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그린란드상어가 400년 넘게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상어 각막의 탄소 동위원소 함량을 측정해 수명을 추정했는데, 북극에서 생포한 암컷 상어 28마리의 평균 나이와 몸길이는 각각 272세, 5.02m였다. 그린란드상어가 6m 이상 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명이 400세 이상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의 장수 비결을 찾기 위해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NF-κB’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는 TNF, TLR, LRRFIP 등의 유전자 수가 다른 상어보다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NF-κB 신호 전달 경로는 면역 반응과 염증 조절, 세포 생존·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노시타 교수는 “면역 반응, 염증, 세포 증식은 노화와 수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NF-κB 신호 전달에 관련된 유전자의 증가는 그린란드 상어의 장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신호 전달 경로가 활성화되면 세포의 면역 반응을 강화하고, 염증을 조절하며, DNA를 복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상어는 또 다른 장수 유전자 무기를 갖고 있다. 지난해 독일 라이프니츠노화연구소는 그린란드상어가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세포 손상을 방어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린란드상어의 유전자는 70% 이상 자가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으로 구성돼 있다. 트랜스포존은 DNA에서 자신을 잘라내 다른 곳에 갖다 붙이는 부분으로, 뛰어다니듯 염색체에서 위치를 쉽게 바꿔 ‘도약 유전자(jumping genes)’라고도 불린다. 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가 이 유전자를 역으로 이용해 DNA를 복구하며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신진대사 역시 장수 비결 중 하나다. 지난해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근육 조직을 채취해 그린란드 상어의 신진대사를 분석한 결과, 연령에 따른 대사 활동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대사가 감소해 근육이 약해지고 위산 분비가 줄어 소화력도 떨어진다. 그린란드상어는 나이가 들어도 신진대사가 감소하지 않아 이런 문제 없이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명예교수는 “어류의 경우 일반적으로 크기가 클수록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며, 그린란드상어의 장수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bioRxiv(2025), DOI : https://doi.org/10.1101/2025.02.19.638963
bioRxiv(2024), DOI : https://doi.org/doi.org/10.1101/2024.09.09.611499
Science(2016), DOI : https://doi.org/10.1126/science.aag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