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사별한 아내의 사진이 AI 영상으로 구현된 모습을 보고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 A씨. 인프레쉬 제공
6·25전쟁 참전용사인 90대 할아버지가 30여년 전 사별한 아내와 인공지능(AI) 영상으로 재회했다. 할아버지는 다시 본 아내의 모습에 감정이 북받친 듯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장품 제조회사 ‘인프레쉬’는 지난 1일 유튜브에 ‘제작진 오열하게 만든 참전용사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업체 관계자들이 참전용사 A씨(93)를 위해 AI 영상을 제작해 선물하는 내용이 담겼다. AI 영상 속 주인공은 A씨의 아내로, 약 30년 전 세상을 떠났다. 관계자들은 AI 관련 업체에 의뢰해 A씨의 아내가 움직이고, 말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AI로 구현된 A씨 아내는 영상에서 “여보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이렇게 당신에게 말을 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떠난 뒤에도 당신은 늘 최선을 다해 살아온 걸 알아요”라며 “비록 손을 잡아줄 수는 없지만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여보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이를 본 A씨는 울컥한 듯 한참 동안 허공을 바라봤다. 관계자가 그런 A씨를 안아주자 고개를 떨구며 관계자의 팔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지며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프레쉬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참전용사 후원 프로젝트를 지속해 오던 중 지난해 10월 6·25 참전유공자회를 통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A씨와 인연이 닿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병원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거주지는 화장실이 외부에 별도로 있는 등 환경도 열악한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A씨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한쪽에 있던 아내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당시 A씨는 “아내가 60대에 세상을 떠난 뒤 많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관계자들은 A씨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자 AI 업체에 영상 제작을 의뢰했다.
관계자는 “A씨가 해당 AI 영상을 본 뒤 두 차례 더 반복해서 봤다”며 “울컥했는지 영상을 못 보고 허공을 한참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관계자들에게 “아내가 그리웠고 자주 생각이 났는데 다시 보니까 너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인프레쉬는 “이 영상을 계기로 국내 참전용사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후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