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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수액 상위 20개 종목 절반이 손실…레버리지 ETF '20∼50% 마이너스'
트럼프 관세 남발에 당분간 변동성↑…"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리스크 줄여야"


미국 주식 시장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최근 한 달 미국 증시가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한 통상 행보에 크게 요동치면서 한국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선택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미국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종목들은 최근 한 달간 손실률이 20∼50%에 달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1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상위 20개 미국 주식 종목의 순매수액 총합은 31억2천8만달러(약 4조5천72억원)에 달했다.

국내 한 주요 증권사의 개인 고객 빅데이터 자료로 이들 20개 종목의 1개월간 '계좌(고객) 평균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절반인 10개 종목이 손실을 기록했다.

계좌 평균 수익률은 특정 기간 내 해당 종목을 거래한 증권사 고객들이 거둔 평균적인 수익률을 뜻한다.

순매수액 1위인 '디렉션 데일리 테슬라 2배 ETF'는 원화 환산 기준으로 한 달간 계좌 평균 수익률이 -30.69%를 기록했다.

이 ETF는 파생상품 등 레버리지 기법으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변동폭이 커 투자 난도가 높다.

이 종목의 한 달간 국내 순매수액은 7억8천500만달러(1조1천355억원)에 이른다.

손실이 가장 컸던 종목은 다른 레버리지 ETF인 '2배 이더리움 ETF'로 계좌 평균 수익률이 -47.88%로 나타났다.

그 외 '그래닛셰어즈 2배 코인 ETF'(-39.95%), '일드맥스 코인 옵션 인컴 스트레티지 ETF'(-30.96%), '일드맥스 MSTR 옵션 인컴 전략 ETF'(-28.42%), '디렉션 반도체 3배 ETF'(-24.40%), '프로셰어즈 -2배 블룸버그 천연가스 ETF'(-21.87%) 등도 큰 손실을 기록했다.

이 ETF들은 모두 기초자산 가격 변동을 2∼3배로 증폭하거나 암호화폐처럼 애초 변동성이 극히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고위험 ETF'들로, 현재 한국 금융기관에서는 출시·유통할 수 없는 상품들이다.

그러나 미국 증시에 상장된 고위험 ETF는 현행 법규상 규제 조항이 없어 국내 투자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미국 주식 트레이더들 [자료화면]
[게티이미지]


국내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미국 개별 기업 주식 중 손실이 큰 종목은 바이오 업체인 '리커전 파마슈티컬'과 '템퍼스 AI'로 한 달간 계좌 평균 수익률이 각각 -24.82%와 -21.25%로 집계됐다.

반면 수익을 거둔 종목들도 있었다. AI 소프트웨어 업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19.90%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으며,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SRS 1 ETF'(19.27%), 구글 운영사인 알파벳(18.67%) 등 순이다.

'한국인이 특히 사랑하는 미국 주식'으로 꼽히는 테슬라는 한 달간 계좌 평균 수익률이 5.99%였다.

실제 테슬라 주가는 이 기간 28.06% 급락했으나, 계좌 평균 수익률에는 앞서 저가에 주식을 매수했던 고객 데이터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액이 7억3천600만달러(1조651억원)로, '디렉션 데일리 테슬라 2배 ETF'에 이어 2위였다.

미국 증시는 친기업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기대 효과와 인공지능(AI)을 앞세운 대형 기술주(빅테크)들의 선전 덕에 작년 말까지 호황을 거듭했고,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택하는 쏠림 현상이 대세가 됐다.

그러나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전례 없는 관세 부과와 유예를 반복하며 혼란이 극대화했고, 미국 주식 고평가 논란과 AI에 대한 과잉 투자 우려까지 겹쳐 미국 증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관세 등 대외 악재에 상대적인 내성을 보이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S&P500 지수는 지난달 5일 6,061.48에서 이번 달 4일 5,778.15로 4.6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509.27에서 2,528.92로 0.78%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 통상 기조가 당분간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인 만큼, 미국 주식의 배분 전략을 바꿔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소수 고성장 종목과 고위험 ETF에 대한 쏠림을 지양하고 가치주, 배당주,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투자 종목)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의 정용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경기 침체가 아닌 둔화 상태라는 것을 모두가 납득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 사이 시장 충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펀더맨털(기초체력)을 봐서 투자 비중을 유지하더라도 단타 투자, 단기 테마를 쫓는 자세는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스증권의 이영곤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시장은 최근 2∼3년보다는 훨씬 힘들 수 있고 미국 빅테크 종목도 실적 기대를 충족시키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됐다. 레버리지 ETF는 변동 등락이 커서 투자 기간이 길면 전체 수익률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 상위 20개 미국 종목 순매수액 및 평균 수익률



(※ 기간: 2025년 2월5일∼3월4일, 출처: 한국예탁결제원 및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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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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