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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지난 8일 결정했다. 즉시항고는 물론 일반항고도 않겠다는 결론이다. 검찰의 이같은 결정은 28시간에 걸친 장고 끝에 나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와 대검찰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7일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 직후 이진동 대검 차장과 참모 그룹인 대검 부장단을 모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로 불복하는 것은 헌법 위반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2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판단의 근거였다. 헌재는 당시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검사가 즉시항고해 피의자·피고인의 구속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이 이번에 윤 대통령에게 적용한 구속취소(97조)는 즉시항고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지만, 헌재의 판단 취지를 고려하면 즉시항고를 하는 게 위헌 소지가 있다고 대검 지휘부는 판단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7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자 대검찰청에서 검사장급 이상 참모진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뉴스1
하지만 윤 대통령을 기소했던 검찰 특수본에선 반발 기류가 거셌다. 특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으로 인해 수사 서류가 법원에 제출된 기간을 일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 검찰의 기소가 구속기간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고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검과 수사팀 간 이견은 이튿날(8일) 새벽까지도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심우정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재논의 끝에 석방지휘를 직접 지시했다. 대신 본안 재판에서 “구속기간 불산정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 석방 지휘를 하며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보통항고 역시 하지 않을 전망이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대검 간부 회의에서 일반 항고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형사소송법 규정이나 주석서 등을 보면 즉시항고가 적용되는 규정에는 보통 항고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주류 시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헌재 헌법재판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변호사도 “항고 기간이 정해져 있는 즉시항고가 적용되는 특별규정에는 보통항고가 적용되지 않기도 하고, 보통 항고는 집행정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도 없다”고 했다.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놓고 대검찰청과 특별수사본부는 약 28시간에 걸쳐 이견을 조율했다. 연합뉴스


10년 전엔 “위헌 아니다” 말 바뀐 검찰
그러나 검찰이 위헌 시비를 우려해 규정에 있는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봐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가 헌재 판결 이후인 지난 2015년에는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에는 위헌 소지가 없다”는 정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어서다. 헌재의 구속집행정지 조항에 대한 즉시항고 위헌 결정으로 형소법 개정을 논의할 당시인 2015년 6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당시 법무부 차관)은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김 수석은 당시 “구속집행정지 사유는 시기를 놓치게 되면 집행정지의 의미가 없어지는 사유가 대부분인데, 구속취소는 그 자체가 종국적인 신병의 결정”이라며 “피고인의 출석을 보장할 만한 조건을 부과할 수도 없기 때문에 헌재 결정이 구속취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논리를 대고 있고, 이는 자기모순”이라며 “위헌 결정이 났던 구속 집행정지와 구속취소는 다른 건데 이거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무죄 가능성이 있다고 기소를 안 하는 꼴”이라며 “헌재의 2012년 결정문에서도 구속집행정지와 구속취소는 다른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판단은 상급법원에서 받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도권의 한 부장급 검사는 “10년 전보다 국민의 인권의식이 더욱 올라갔고, 헌재의 위헌심사 또한 과거보다 더 엄격해지고 있다”며 “그런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들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가진 규탄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후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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