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혼혈
아미노산 속 탄소 동위원소로 연대측정
두 인류 집단 간 교류, 더 길었을 수도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먼저 정착한 네안데르탈인과 한동안 공존했다. 그 사이 서로 피도 나눴다. 그렇다면 두 인류는 언제부터,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교류했을까. 그 해답을 쥐고 있는 중요한 단서인 ‘라페도 아이(Lapedo Child)’의 연대가 최첨단 기술로 새롭게 밝혀졌다.
베선 린스콧(Bethan Linscott)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최첨단 탄소 동위원소 연대측정 기법을 이용해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인 화석 인류 라페도 아이의 생존 시기를 약 2만7780년에서 2만8850년 전 사이로 추정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8일 게재됐다.
라페도 아이는 1998년 포르투갈 중부 라페도 계곡의 한 절벽 아래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학생들이 탐사 도중 바위 아래에서 작은 동굴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4~5세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아이 유골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굴됐다. 이 유골이 특별한 이유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인류 집단 간에 유전적 교류가 있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된다.
과학자들은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으로 유골의 나이를 알아낸다. 탄소는 질량이 12인 것과 14인 것이 있다. 바로 탄소동위원소다. 자연에는 탄소12와 14가 일정한 비율로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탄소14의 양만 일정한 속도로 줄어든다. 보통 유골의 뼈에서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을 추출해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해 연대를 추정한다.
연구진은 앞서 네 차례에 걸쳐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을 시도했으나, 유골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었다. 오래된 유골은 보존 상태가 나빠 콜라겐이 거의 남아 있지 않거나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기존 방식보다 더 정밀한 ‘수산화 프롤린 연대측정법’을 도입했다. 콜라겐을 이루는 특정 아미노산인 프롤린만 추출해 탄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하기 때문에 오염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라페도 아이의 오른쪽 팔뼈에서 프롤린을 추출해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유골의 연대가 약 2만7780년에서 2만8850년 전 사이로 나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인류 집단이 언제부터 피를 나눴는지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페보 교수는 서로 다른 인류 조상들이 피를 나눴음을 밝혀내 2022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해독해 현생인류와 비교했더니 오늘날 아시아인과 유럽인은 누구나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1~2% 갖고 있었다.
지난해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각각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첫 혼혈 시기는 4만9000~4만5000년 전이라고 밝혔다. 이후 7000여 년간 두 인류 간 교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라페도 아이가 2만8000년 전에 살았다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이 7000년보다 더 오래 교류했을 수 있다. 또 직접적인 교류가 7000년에서 멈췄다고 하더라도 후대에 걸쳐 유전적 영향이 최소 2만 년 이상 남아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라페도 아이가 묻혀 있던 무덤 주변에서 발견된 타다 남은 나무 조각의 연대도 측정했다. 앞서 이 숯이 아이를 묻기 전에 화장과 같은 장례 의식을 했던 흔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분석 결과, 숯의 연대가 아이가 묻힌 시기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나왔다. 장례를 치르며 생긴 숯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기존 방법으로는 연대측정이 어려웠던 고대 인류 유해의 연대를 더욱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라페도 아이를 통해 새로운 에 사용한 연대측정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기존 방식으로 연대를 알기 어려웠던 유골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체코의 므라데치(Mladeč) 동굴이나 프랑스의 생쎄세흐(Saint-Césaire)와 같은 구석기 시대 인류 유적지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p5769
아미노산 속 탄소 동위원소로 연대측정
두 인류 집단 간 교류, 더 길었을 수도
라페도 아이가 묻혀있던 무덤의 도면. 라페도 아이의 유골뿐 아니라 동물 뼈, 숯도 발견됐다./G. Casella.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에 먼저 정착한 네안데르탈인과 한동안 공존했다. 그 사이 서로 피도 나눴다. 그렇다면 두 인류는 언제부터,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교류했을까. 그 해답을 쥐고 있는 중요한 단서인 ‘라페도 아이(Lapedo Child)’의 연대가 최첨단 기술로 새롭게 밝혀졌다.
베선 린스콧(Bethan Linscott)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최첨단 탄소 동위원소 연대측정 기법을 이용해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인 화석 인류 라페도 아이의 생존 시기를 약 2만7780년에서 2만8850년 전 사이로 추정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8일 게재됐다.
라페도 아이는 1998년 포르투갈 중부 라페도 계곡의 한 절벽 아래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학생들이 탐사 도중 바위 아래에서 작은 동굴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4~5세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아이 유골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굴됐다. 이 유골이 특별한 이유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인류 집단 간에 유전적 교류가 있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로 평가된다.
과학자들은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으로 유골의 나이를 알아낸다. 탄소는 질량이 12인 것과 14인 것이 있다. 바로 탄소동위원소다. 자연에는 탄소12와 14가 일정한 비율로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탄소14의 양만 일정한 속도로 줄어든다. 보통 유골의 뼈에서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을 추출해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해 연대를 추정한다.
연구진은 앞서 네 차례에 걸쳐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을 시도했으나, 유골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었다. 오래된 유골은 보존 상태가 나빠 콜라겐이 거의 남아 있지 않거나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기존 방식보다 더 정밀한 ‘수산화 프롤린 연대측정법’을 도입했다. 콜라겐을 이루는 특정 아미노산인 프롤린만 추출해 탄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하기 때문에 오염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라페도 아이의 오른쪽 팔뼈에서 프롤린을 추출해 연대 측정을 한 결과, 유골의 연대가 약 2만7780년에서 2만8850년 전 사이로 나왔다.
소녀가 네안데르탈인 복원상(오른쪽)을 보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인은 누구나 DNA에 네안데르탈인이 물려준 유전자를 1~2% 갖고 있다./독일 네안데르탈인 박물관
이번 연구 결과는 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인류 집단이 언제부터 피를 나눴는지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페보 교수는 서로 다른 인류 조상들이 피를 나눴음을 밝혀내 2022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해독해 현생인류와 비교했더니 오늘날 아시아인과 유럽인은 누구나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1~2% 갖고 있었다.
지난해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각각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첫 혼혈 시기는 4만9000~4만5000년 전이라고 밝혔다. 이후 7000여 년간 두 인류 간 교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라페도 아이가 2만8000년 전에 살았다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이 7000년보다 더 오래 교류했을 수 있다. 또 직접적인 교류가 7000년에서 멈췄다고 하더라도 후대에 걸쳐 유전적 영향이 최소 2만 년 이상 남아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라페도 아이가 묻혀 있던 무덤 주변에서 발견된 타다 남은 나무 조각의 연대도 측정했다. 앞서 이 숯이 아이를 묻기 전에 화장과 같은 장례 의식을 했던 흔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분석 결과, 숯의 연대가 아이가 묻힌 시기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나왔다. 장례를 치르며 생긴 숯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기존 방법으로는 연대측정이 어려웠던 고대 인류 유해의 연대를 더욱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라페도 아이를 통해 새로운 에 사용한 연대측정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기존 방식으로 연대를 알기 어려웠던 유골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체코의 므라데치(Mladeč) 동굴이나 프랑스의 생쎄세흐(Saint-Césaire)와 같은 구석기 시대 인류 유적지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p5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