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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럽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전날 대국민 연설에 대해 “매우 극도로 대립적”이라며 “평화를 생각하는 국가 수장의 연설로 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마크롱의 연설을 보면 프랑스가 정말 전쟁 지속을 원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를 유럽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칭한 데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외교적으로 많은 부정확성을 담은 발언”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 국경 쪽으로 동진한다는 것과 러시아가 이에 대해 정당하게 우려한다는 언급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하면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보낼 수 있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이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 대답은 분명하기 때문에 직접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타스 통신에 “그는 매일 현실과 동떨어지고 전적으로 모순되는 발언을 한다”며 “그는 이야기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핵우산론을 꺼낸 마크롱 대통령이 안데르센 동화에서 잠자는 아이들에게 우산을 씌워줘 꿈을 꾸게 하는 존재인 올레 루코예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방위비 늘리는 유럽…‘프랑스 핵우산론’도 부상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지난달 총선 승리 직후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제안에 오래전부터 유럽을 위한 ‘프랑스 핵우산론’을 주장해 온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기꺼이 논의하겠다며 환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유럽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독립적이지만 독일의 제안에 따라 우리의 핵 억지력이 유럽 동맹국들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전략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미국이 나토에서 빠져나갈 경우 사라지게 될 ‘핵우산’을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럽은 그동안 나토 틀 안에서 사실상 미국의 핵우산으로 보호받았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현재 나토의 유럽 5개 회원국(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내 6개 나토 기지엔 약 100기의 미국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으며 최종 사용 권한은 미국에 있다.

그러나 두 나라가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프가 보유한 핵탄두 숫자만 해도 약 400개로, 러시아(1700여 개)에 현격히 못 미치기 때문이다.



EU정상들 “재무장 시급”…佛핵우산론엔 이견
EU정상들은 유럽 안보에 ‘재무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서 “방위와 억지력에 지출, 지출, 또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 핵우산론’ 선언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퇴임 예정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관련 질문에 “유럽은 (안보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는 유럽 자체적인 논의가 미국의 유럽 안보 ‘퇴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해설했다. 친러시아 성향인 로베르트 피초 총리도 단호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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