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자신의 후원자 김한정씨를 통해 여론조사 비용 2000만원을 대납하겠다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오 시장은 앞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한 적도 없다”며 김씨를 통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전면 부정해왔는데, 이를 반박하는 진술이 등장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게이트 특별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6일 명씨로부터 오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명씨는 “오 시장이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전화가 와 ‘선거법 때문에 여론조사 비용을 직접 못 줘 김씨에게 2000만원을 빌리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오 시장이 김씨에게 돈을 빌리는 형식을 취해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케 했다는 것이다. 명씨는 당시 미한연의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져 있다.
오 시장의 지인이자 후원자로 알려진 김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미한연에 오 시장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부소장으로 일했던 강혜경씨 계좌로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입금했다. 미한연은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오 시장 대신 여론조사 비용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한정씨의 서울 동작구와 제주도 서귀포시 주거지,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오 시장은 그간 김씨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한 것은 물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오 시장은 명씨와는 두번 만난 것이 전부고 이후 상대할 가치가 없어 관계를 단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시장 측은 앞서 입장문을 내고 “2021년 보궐선거 당시 오 후보 측이 명태균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확보한 명씨의 진술은 오 시장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명씨는 지난달 27~28일 창원지검에서 진행된 김영선 전 의원과의 대질신문에서도 “오세훈이 나한테 직접 전화와 ‘김 회장(김한정씨)이 비용을 부담할 테니까 여론조사를 진행해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