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금방이라도 올 것 같지만 지금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는 밤새 내린 습기가 얼어붙어 나뭇가지마다 겨울의 정령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무주=왕태석의 선임기자
겨울의 깊은 침묵이 감도는 덕유산, 앙상한 나무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풍경을 자아낸다. 정상인 향적봉 정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밤새 내린 습기가 얼어붙어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피어났다. 상고대는 겨울의 정령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눈부시게 빛났고, 때때로 구름이 걷히며 드러난 푸른 하늘은 그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래서였을까. 안개를 품은 숲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고요하고 묵직했다.
덕유산 정상에는 겨울의 정령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덕유산 정상에는 겨울의 정령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변덕은 예측할 수 없는 법. 어디선가 불어온 심술궂은 강풍은 순식간에 눈보라를 일으키며 상고대를 흩어버렸다. 눈앞에서 덧없이 사라져버린 풍경은 우리네 인생의 덧없음과 겹쳐 보였다. 그 순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을 의미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가 떠올랐다. 찬란했던 과거가 한순간의 꿈처럼 스러지고, 겨울 산속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풍경은 화려한 시절이 지나간 우리의 뒷모습을 닮았다.
덕유산 정상에는 겨울의 정령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덕유산 정상에는 겨울의 정령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절망적인 풍경 속에서도 희망은 숨어있다. 한겨울 상고대가 핀 나무들은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더욱 단단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앙상한 가지 안에는 이미 새로운 생명의 힘이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봄을 향한 기대와 희망은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만물이 겨울의 혹독함을 이겨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듯, 우리에게도 따사로운 봄날은 다시 찾아온다. 이제 긴긴 겨울과 이별하고 새 희망을 품을 때다.
덕유산 정상에는 겨울의 정령이 빚어낸 섬세한 예술 작품처럼 상고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