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서민·소상공인 빚더미
13개 금융공공기관 대위변제액 사상 최대
채무조정 신청, 기업 파산도 역대 최고치
13개 금융공공기관 대위변제액 사상 최대
채무조정 신청, 기업 파산도 역대 최고치
서울 한 상점에 임대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고물가·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금융공공기관이 서민·소상공인 대신 빚을 갚아준 규모가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증 사업을 하는 13개 금융공공기관·금융공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보증기관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16조3,142억 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년 대위변제액(13조7,742억 원)보다 18.4% 증가한 것이다. 이 중 SGI서울보증보험(1조1,133억 원)은 상반기 수치만 반영한 것으로, 하반기 수치까지 반영하면 13개 기관의 대위변제액 합산 금액은 처음으로 17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이다. 이들 기관의 대위변제액은 2019∼2022년 5조 원대에 머물렀으나 2023년 13조 원대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도 크게 늘었다.
13개 보증기관 중 대위변제액이 가장 많은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였다. 역전세, 전세사기 등 여파로 HUG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581억 원에서 2023년 4조9,229억 원으로 365.3% 급증했고, 2024년에도 6조940억 원으로 다시 23.8%가 증가했다. 소상공인 대신 채무를 갚아준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22년 5,076억 원에서 2023년 1조7,126억 원으로 237.4%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조4,005억 원으로 40.2% 급증했다.
안팎으로 움츠러든 소비 심리에 서민·소상공인이 빚더미에 오른 결과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는 19만5,432명으로 전년(18만5,143명) 대비 5.6% 늘었다. 경제 활동이 크게 제한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말(12만8,754명)보다도 51.8%나 늘어난 수치다. 기업 파산도 역대 최대 규모다.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제출된 법인 파산 사건은 1,940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전년(1,657건)을 뛰어넘었다.
금융위는 자금난을 겪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정책 서민금융 규모를 기존 발표보다 1조 원 늘린 11조8,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또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해 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규모도 지난해 33조 원에서 11.5% 늘어난 36조8,0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