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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별처럼 네가 오기를 기다리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인간 한 명이 태어나려면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성별은 물론 살아온 이력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생식세포가 만나 하나의 수정란을 형성해야 비로소 태아로 성장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남들보다 유난히 더 힘겹거나, 끝내 희망한 대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짝들도 있다. 국내에서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부는 7쌍 중 1쌍에 달할 정도로 흔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23만여명으로, 합계출산율은 0.74명을 기록했다. 9년 만에 저출생 추세가 살짝 반등했지만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으려는 흐름만큼이나 아기를 낳으려 해도 낳을 수 없는 난임 문제 또한 심각하다. 임신이 더욱 수월한 연령대에 결혼·출산을 계획하는 경우는 줄어들고 초혼·초산 연령은 계속 올라가 난임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진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령 임신은 건강 위험과 난임 가능성을 동시에 높인다”면서 “난임에는 상당 부분 남성 쪽 요인도 영향을 미치므로 남성도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고 치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임신을 여러 차례 시도하고도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선 임신 전 검사를 통해 각자의 신체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검사를 통해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지점을 찾으면 난임에도 보다 원활한 대처가 가능하다. 임신 전 검사를 거쳐 계획 임신을 할 때의 장점은 임신 초기 태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이나 위해 환경에 대한 노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임신을 계획하는 남녀 각각의 가족력을 살펴 난임과 유산을 비롯해 고혈압, 심장병, 자가면역질환 등 유전질환이나 현재 앓고 있는 만성질환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모르고 있던 기저질환을 발견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더욱 정확한 경과를 확인하면 임신에 적합한 약제나 치료법을 쓰는 쪽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감염질환은 태아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는데 이런 질환에 대한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거쳐 보다 안전한 임신을 준비할 수 있다.

국내 부부 7쌍 중 1쌍 난임 겪어

자연 임신 안 될 땐 건강검진부터


체중·식습관 관리하며 준비를

비만 땐 임신해도 합병증 위험

부부 간 소통도 치료 성공 좌우


배란 문제 땐 약물 이용해 유도

인공수정·체외수정도 대표적

‘난자 동결’은 경제적 부담이 벽


임신 계획 시 실시하는 검사의 항목 중 특히 고령 임신일 경우 더욱 주의해 살펴볼 항목들이 있다. 임신하는 나이가 높아지면 난임 가능성만큼이나 산모와 태아의 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도 늘어나므로 더욱 꼼꼼한 관찰이 필요하다.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에서는 임신성 당뇨병·고혈압과 조산, 저체중 출생아,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제왕절개 분만의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와 함께 특발성 조기 진통, 태아의 염색체 이상, 보조 생식기술로 인한 다태임신 및 태아 기형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지속적인 관리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신을 준비할 땐 체중과 식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비만은 고혈압과 임신성 당뇨 등 다양한 합병증의 위험을 높이는 한편 식욕부진이나 폭식증은 태아의 성장지연과 저체중 출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미노산과 핵산 합성에 필수적인 비타민으로 세포의 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엽산을 복용하는 것도 특히 여성에게 필수적이다.

임신 전 검사를 포함해 다양한 검사와 시도를 통해 난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면 임신을 계획하는 남녀의 상태에 맞춰 단계적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먼저 배란 유도를 시행하는데, 호르몬의 영향이나 난소 이상 등의 원인으로 배란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여성에게는 꼭 필요하다. 배란에 문제가 없더라도 2개 이상의 난자가 배란되도록 유도해 차후 체외수정 등의 보조생식술에 활용해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 배란 유도는 난소에서 여러 개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경구 배란유도제나 난포자극호르몬(FSH) 등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며 환자의 특성에 따라 약물 사용 없이 자연적인 배란주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는 방법으로는 인공수정(자궁내정액주입술)과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이 대표적이다. 인공수정은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수집한 뒤 자궁 내에 직접 주입해 자연수정을 돕는 방법으로, 신체적 부담이 적고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나팔관에 문제가 있거나 정자 수가 적을 경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인 체외수정은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한 뒤 형성된 건강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시술은 정자의 수나 운동성이 크게 저하된 경우, 나팔관이 막힌 경우,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경우 등에 효과적이다. 이 시술은 성공률이 높지만 주사제 투여를 반복해야 하고 난자채취 시술을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김용진 교수는 “단계적 치료는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성공 확률은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며 “부부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 방법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난임 위험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젊은 나이에 배란된 난자를 얼려서 보관하는 ‘난자 동결’ 시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 난자 동결은 일반적으로 시술 전 초음파 및 호르몬 검사를 통해 난소와 자궁 상태를 확인한 뒤 월경 2~3일째부터 약 7~10일간 과배란 주사제를 투여해 난소 내 난포를 키우는 과정을 거친다. 가장 큰 난포가 일정 크기에 도달하면 수면 마취 후 난자를 채취해 유리화 동결 방식으로 보관한다.

난자 동결 시술 전에는 보통 ‘난소 나이 검사’라 불리는 AMH 검사를 진행한다. 다만 검사 결과가 좋다고 해서 난자를 동결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창우 마리아병원 부원장은 “AMH 검사는 난소에 남은 난자의 개수를 예측하는 검사일 뿐, 실제 배란되는 난자의 질이나 임신율과는 무관하다”며 “난자의 질은 실제 나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AMH 검사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했어도 실제 임신율은 높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경우 난자 동결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난임 치료는 여러 번 반복될수록 신체적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높이기 쉽다. 게다가 치료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특히 난자 동결 시술 등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경제적 부담이 크다. 김용진 교수는 “난임 치료의 성공 여부는 부부의 협력에 크게 좌우되므로 서로 소통하며 함께 노력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난임은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므로 적절한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난임 문제를 해결하고 출산율은 높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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