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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하늘 양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붙은 메시지들. 연합뉴스

정부와 국회가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의 재발 방지책을 논의 중인 가운데 교사 단체들이 학부모와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민원인들이 관련 법안을 낸 국회의원 측에 항의 메시지나 전화를 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대전 사건 대책에…부작용만 우려하는 교사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 단체들은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10일 이후 연이어 재발방지책에 관한 보도자료, 입장문을 내놓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6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4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건 등이다. 대부분 국회와 정부가 내놓은 대책, 법안 때문에 무고한 다수의 교사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다.

교사들의 항의가 가장 거셌던 법안은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다. 문제를 일으킨 교사의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는 심의위원회 심사에 ‘전문가가 아닌’ 학생, 학부모 등도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초안 내용이 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한 국회 관계자는 “김 의원은 24시간 동안 항의 문자 세례에 시달렸고 보좌진들도 거센 민원 전화를 받았다”며 “간혹 ‘왜 대답 안하느냐’며 독촉하듯 의견을 묻거나, 욕설을 하는 민원인도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 교육위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결국 실제 발의안에는 해당 부분이 수정됐다. 학교 구성원이 아닌, 교사의 문제 행동을 경험한 ‘이해관계자’로 표기됐고 이들의 역할은 심의위원이 아닌 증인의 역할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서도 일부 교원단체는 반대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교사를 즉각 분리하고 인사 상 불이익을 주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한국교총은 “긴급분리 및 긴급조치가 필요한 ‘고위험 교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긴급분리‧긴급조치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이를 판단할 학교장에게도 부담이 가중되며 학교 구성원간 분쟁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국민의힘이 주최한 대전 사건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교사는 “불이익을 받은 교사의 생계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CCTV 설치를 교실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교사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복도, 돌봄교실, 시청각실 등에 CCTV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교육부는 CCTV 설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학교 내 CCTV를 설치하려면 학교의 장이 사전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교사노조연맹은 “이번 사건 이후, 교사의 인권과 교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모든 교사를 예비 범법자로 간주하는 방안들이 언급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한다”며 교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했다. 전교조도 교사 56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77%는 교실 내 CCTV 설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CCTV 확대, 학부모·학생 심의도 논의해보자는 학부모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총리-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같은 안건에 대해 학부모들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학생, 학부모가 직무심의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교원 단체 사정을 잘 아는 한 초등 학부모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등에도 학부모 위원이 의무적으로 포함돼있는만큼 충분히 논의해볼만한 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엔 학운위 등에도 학생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교원단체가, 교사가 가해자인 상황에선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했다.

CCTV 설치는 학부모와 교사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다. 맘카페 등에는 “어린이집에는 있는 CCTV가, 학교에는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는 CCTV 설치가 의무화돼있지만 유치원을 포함해 교육기관에는 CCTV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

지난달 24일 국민의힘이 주최한 대전 사건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전민수씨는 “학교가 도난, 폭력 등 다양한 범죄가 일어날 소지가 있는 공적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교사들이 주장하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CCTV가 모든 범죄를 예방하진 못해도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당국과 학교책임자의 안일한 조치가 문제였다는 학부모 지적도 이어졌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장은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대전의 가해교사 같이 동료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교사는 징계 등 강제적 조치가 즉각 이뤄지는 게 보통인데, 이번 사안의 가해자에 대해 학교나 교육청은 휴직을 권고했을 뿐”이라며 “잘못한 교사를 처벌하기보다는 쉬쉬하고 넘긴 교육청과 교장의 책임은 아무도 묻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중하고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CCTV설치부터 학교 구성원의 정신 건강 문제는 오랜 기간 논의돼 온 쟁점으로 비용부터 입법까지 여러 복잡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검토 없이 당장 즉각적인 대책이나 법안을 만들기보다 학교 구성원들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먼저 갖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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