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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공무원 시험 학원 내부. /정두용 기자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이곳에서 지난달 28일 만난 김모(24)씨는 “작년 11월부터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민간에는 취업 한파가 닥쳤지만 공직에는 월급 인상이 된다고 하면서 주변에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도 “본격적인 강의가 3월에 열려 연초에는 한산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모처럼 일찍부터 수강생이 늘었다”면서 “직장인 상담이 특히 많아졌다”고 했다.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 9년 만에 반등… 노량진 학원가에 공시생 돌아와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선발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2011년 93.3대1까지 치솟았다. 2017년에는 이 시험에 응시한 인원이 22만8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경쟁률이 21.8대1까지 떨어지면서 1992년(19.3대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시자도 10만3597명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오는 4월 치러지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발시험 응시자는 10만5111명으로 1년 전보다 1514명 증가했다. 평균 경쟁률은 24.3대1로 9년 만에 반등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렇게 공무원 지원자가 증가한 이유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 위축이 꼽힌다. 정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을 이용한 올해 1월 신규 일자리는 13만5000명, 신규 구직 인원은 47만9000명으로 구인배수가 0.28을 기록했다. 구인배수는 신규 구인인원 대비 신규 구직건수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로, 낮을수록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1월 수치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0.23)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다.

또 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인기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인사처는 실무직·저연차 공무원 처우가 개선되도록 9급 초임 공무원 보수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7년에는 300만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올해 9급 초임 공무원은 월 269만원 정도를 받지만, 내년에는 284만원을 받는다.

앞서 공무원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는 낮은 임금이 꼽혔다. 인사혁신처가 작년 11월 국민 3000명과 공무원 2만7000명 등 3만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채용 시험 지원자가 감소한 이유’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변은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국민 62.9%·공무원 88.3%)였다.

“중소기업·비정규직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가 경기 살아나는 중
최근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민간 기업 취업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선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모(27)씨는 “영어, 자격증, 공모전 등 취업에 필요한 조건이 남들보다 떨어지기도 하고 요즘 사람을 뽑는 기업도 잘 없어서 공무원 학원 등록을 알아보러 왔다”며 “무한 스펙 경쟁을 하느니 공시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선 청년들도 적지 않다. 김모(29)씨는 “중소기업에서 마케팅 일을 했는데, 작년 말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더라”라며 “퇴직금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그만두고 노량진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처우도 개선된다고 하고, 무엇보다 경기를 안 타 안정적이라는 점이 끌렸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김모(28)씨는 계약 연장이 되지 않아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혼자 공부하는 자율형 독서실은 이미 다 자리가 찼다고 해 다른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 학원의 관계자는 “직장을 다니다 공시생이 된 경우가 100명 중 8~10명 정도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주변 상인들은 다시 공시생이 몰리는 분위기를 반겼다. 한 카페 점주 40대 최모씨는 “최근 6개월 동안 매출이 소폭 늘었다”며 “1~2월에는 재수생이나 편입생이 많은데 최근에는 공시생도 많이 보인다”고 했다. 60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고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양모씨는 “가격이 싸니까 많이 팔아야 남는데, 요즘은 공시생들이 꽤 오는 편”이라고 했다.

노량진 고시원이나 자취방도 빈방을 찾기 힘들다. 한 고시원 관리인은 “방이 다 나갔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아예 노량진에 원룸을 구해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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