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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음을 알지만 아무도 때를 모른다.
병마와 싸워도 상대는 내게 패배의 시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하물며 ‘화마’ 같은 재앙은 더더욱 그렇다. 미리 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겠는가.

유품정리사로서 많은 사람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참 인생의 덧없음을 느낀다.
아무리 멀리 두려 해도 두렵다.
죽음이란 어느 순간 가까이에 있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끔찍했던 사연이라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고인 아들의 전화였다.
그의 부모님은 한적한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가끔 찾아뵙는 시골 농가는 손주들이 늘면서 점점 더 비좁아졌다.

어느 날부터 아버지는 창고로 쓰던 다락방을 직접 수리하기 시작했다.
좀 더 넓은 공간. 편한 잠자리.
그래야 더 자주 찾지 않을까, 그래야 와서 좀 더 오래 머물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셨던 것 같다.

여름방학에 찾아와 신나게 놀고 간 손주들.
그 여름이 지나고 날이 좀 선선해지자,
70대 노인은 설렘을 가득 안고 다락방을 고치기 시작했다.

노인의 머릿속엔 쪽창문 하나 없는 구식 다락방은 없었다.
그저 어린 손주들이 재미나게 뛰어놀 놀이방이 이미 설계돼 있었다.

어두운 다락방을 작은 전구 하나에 의지해 직접 수리했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나무 하나하나 직접 손질하고 다듬었다.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다락방 속 비밀의 공간.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위해 제법 솜씨까지 부렸다.

근사한 공간이 얼추 모양을 갖춰가던 때…
안타까운 사고가 터졌다.

유품 이미지

다락방 좁은 공간에서 작업하던 원형톱.
테이블 위에서 고정해 사용해야 옳지만, 천장이 낮은 다락방이라 쉽지 않았다.
사다리 같은 다락방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당에서 작업하다 보니 일이 더뎠다.
얼른 완성해서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생겼다.

최신식 원형톱엔 안전을 위한 이런저런 장치들이 달려 있다.

그런데 노인이 쓰던 구식 원형톱엔 안전판도 없었다.

(계속)
그 위험한 장비를 들고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다락방에서 작업하다 끝내 사고가 났습니다.
톱은 무르팍과 허벅지를 향해 튀었습니다.
장 보러 나갔던 아내가 돌아온 집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마치 악마가 설계라도 한 듯한 끔찍한 참사.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6003


“20대 내 딸이 늙은 남자랑 왜?”…그놈만 살았다, 엄마의 절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6109

그 우동, 끝내 세상 못 나왔다…주방서 죽은 50대 男의 수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8751

“나쁜 새끼” 아내는 오열했다, 11층 아파트의 ‘피칠갑 거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7091

웃음 가스는 죽음 가스 됐다, 옥탑방 청년 ‘기묘한 배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45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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