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신용회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지난해 12월 31일은 트라우마와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이유로 여권의 반발에도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 중 2명(정계선·조한창)을 전격 임명한 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2만여통의 문자 폭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와 국민의힘 지도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일부 내각 구성원의 반발도 거셌다. 최 대행은 기획재정부 국장 때부터 쓰던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했고, 주변에 정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최 대행의 전화번호가 기사 댓글에 적혀 떠돌았다”고 했다.

최 대행이 그 두 달 만에 다시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 최 대행이 당시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헌재가 27일 위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최 대행이 즉각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던 국정협의회에 불참하겠다고 회의 25분 전 쯤 통보했다. “최 대행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여의도로 향하던 최 대행은 차를 돌렸고, “당면한 민생문제 해결과 주력 산업의 생존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국정협의회가 취소된 곳애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최 대행은 이날 협의회에서 연금개혁과 반도체특별법 등을 위한 협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참석 보류로 취소돼 자리가 비어있는 ㅁ습. 이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며 국정협의회 참석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1

어깃장에 가까운 민주당의 행태에도 정부 내에선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직후 권한대행을 맡았을 때보다 지금 최 대행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19일 한 총리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돼 선고 날짜만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이 커져 최 대행의 지위와 권위가 불안정하다”고 했다.

용산과 일부 강경파 장관들은 최 대행이 한 총리 복귀 전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 후보자 임명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무회의 참석자도 있다.

지난 6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 출석했던 모습. 뉴스1
하지만 최 대행 측 인사 중 다수는 “한 총리에 대한 헌재의 선고 시점이 불확실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경제 위기가 격화되는 시점에서 야당과 무조건 각을 세우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추가경정예산도 그 규모 만큼이나 집행 시기가 중요한 데, 야당의 협조 없이는 실기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최 대행은 최근까지 임명권 행사를 진지하게 검토해왔다. 재판 지연 등을 우려해 지난해 말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마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이 있고, 마용주 후보자를 임명할 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 안 할 명분이 줄어든다”는 여권의 반발에 다시 미뤘다.

이밖에도 최 대행은 28일 정부로 이송된 명태균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도 곧 결정해야 한다. 야당은 특검 제3자 추천 조항을 포함하는 등 위헌적 요소를 다수 덜어낸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 최 대행은 주요 현안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말 외는 할 수가 없는 상황 ”이라고 답답해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921 홍준표, ‘극우’ 전광훈·전한길에 “참 고맙다” 랭크뉴스 2025.03.01
42920 회담 파국에 조롱 쏟아낸 러 "트럼프, 젤렌스키 안 때린게 기적" 랭크뉴스 2025.03.01
42919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 대선·지선 앞두고 선관위 ‘세컨드 폰’으로 정치인과 연락 랭크뉴스 2025.03.01
42918 서울구치소 앞 尹 탄핵 반대 집회서 흉기 소란 피운 40대 구속 송치 랭크뉴스 2025.03.01
42917 온누리상품권 통합 앱 첫날부터 먹통… “오늘 안에 해결 목표” 랭크뉴스 2025.03.01
42916 김기현 "尹 얼마나 외로웠을까에 눈물" 반탄 집회 몰려간 국민의힘 의원들 랭크뉴스 2025.03.01
42915 3·1절 서울 도심서 ‘尹탄핵' 찬반 집회...교통 혼잡 랭크뉴스 2025.03.01
42914 올해 삼일절에도 ‘송혜교’가 했다…“여성 독립운동가 홍보 영상 후원” 랭크뉴스 2025.03.01
42913 내일 오전부터 본격 눈·비····강원·경북산지는 폭설 예보 랭크뉴스 2025.03.01
42912 감사원 "선관위 사무총장, 2022년 세컨드폰으로 정치인들과 연락" 랭크뉴스 2025.03.01
42911 "지금이 화양연화"…'할리' 탄 신계숙 신드롬, GG세대 진격 랭크뉴스 2025.03.01
42910 '3월 폭설' 강원 산지 100㎝ 넘게 쌓일 듯…수요일까지 전국 눈·비 랭크뉴스 2025.03.01
42909 극우가 됐다, 저쪽이 싫어서 랭크뉴스 2025.03.01
42908 [속보] 3·1절 서울 도심 곳곳 탄핵 찬반 집회…광화문역 한때 ‘무정차’ 랭크뉴스 2025.03.01
42907 1구역 신통기획까지…한남 미니 신도시 기대감 커진다[집슐랭] 랭크뉴스 2025.03.01
42906 尹으로 쪼개진 3·1절... 서울 도심서 '탄핵 찬반' 집회 시작 랭크뉴스 2025.03.01
42905 광화문서 반으로 갈라진 2030… “불법 계엄” vs “야당 폭거” [르포] 랭크뉴스 2025.03.01
42904 4·2 재보궐선거, 부산교육감 등 23곳…28∼29일 사전투표 랭크뉴스 2025.03.01
42903 재개발·재건축 준비위원회·추진위원회 구성과 위원의 자격요건[유재벌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랭크뉴스 2025.03.01
42902 3·1절 탄핵 찬반 집회 13만 집결…"尹 '나는 잘 있다' 인사 전해" 랭크뉴스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