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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동참 여부 묻자 “모르겠다”
학부모 “책임질 사람 없으니 막막”
혼란 수습할 정부마저 부처간 ‘갈등’
의대 증원 이후 첫 입학생들이 개강을 앞둔 가운데 27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의과대학 입학식이 열려 신입생과 가족 등이 식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축하만 무한히 드려야 하지만 어려운 상황입니다. 40개 의대 중 가장 가족적이고 끈끈하다 보니까, 그게 굉장히 좋은 걸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게 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27일 오전 서울 흑석동 중앙대 의대 입학식에서 김미경 의대 학장은 이날 축사 아닌 축사를 전했다. 텅 빈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바라보는 복잡한 마음이 담긴 듯했다. 이날 입학식은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의대 교육 정상화는 물론 2026학년도 정원 문제 등 문제만 산적한 채 큰 환호성 없이 치러졌다.

70여명의 신입생을 포함해 재학생,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입학식에 참석했다. 2025학년도 중앙대 의대 신입생은 91명(정원 외 포함, 모집정원은 86명)이다. 신입생들은 3월5일로 예정된 첫 수업이 일주일도 채 안 남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워했다. 한 신입생은 “수업을 너무 듣고 싶은데, 실제 제대로 운영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신입생들도 휴학 동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는 게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입학식에서 만난 신입생들은 3월5일로 예정된 첫 수업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신입생들에게 휴학에 동참할 것인지, 수업을 들을 것인지 묻자 “아는 게 없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 신입생은 “수업을 너무 듣고 싶은데, 실제 수업이 제대로 운영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신입생 학부모는 “신입생들은 수험 생활하느라 뉴스도 제대로 못 보고 지낸 터라 ‘모르겠다’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판단이 안 서서 한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탄핵 정국에서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며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선후배 위계가 확실한 의대 특성상 24·25학번이 함께 수업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계속 학교에 돌아오지 않아서는 답이 안 나온다”라며 학생 복귀를 촉구했다.

의대 증원 이후 첫 입학생들이 개강을 앞둔 가운데 27일 서울 흑성동에서 중앙대 의대 입학식이 열려 신입생이 식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명단에 이름을 적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입학식에서 만난 중앙대 의대 학생회 임원은 25학번 휴학 동참을 설득할 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회에서 신입생에게 휴학 참여를 요구하는 중이다. 비수도권 의대 학생회 관계자는 “재학생들은 휴학해야 한다고 설득하려는 상황”이라며 “위계질서가 있는 학교는 선배 말에 신입생들이 100% 따르는 모습도 있고, 보다 자유로운 학풍을 가진 학교에서는 신입생을 붙잡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는 휴학을 만류하는 중이다. 이날도 중앙대 의대 관계자는 1학년 휴학 가능 여부 관련 규정, 유급 관련 규정 등에 대해 상세히 안내하면서도 수업 참여를 설득했다. 특히 “교육부에서 특별히 신입생 학사 관련해 학생들에게 공지하라고 안내가 내려왔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학도 비슷한 양상이다.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 학장은 “신입생에게 최근 오리엔테이션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신입생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다음주를 봐야 한다”며 “다른 학교에선 신입생들이 선배들 따라가겠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 학장은 “신입생들이 등록하고 수강신청까지는 할 텐데 이후 행동은 짐작이 안 된다”며 “최소 3월에는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나 책임 있는 사람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들이 들어올 명분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신입생 학부모라고 밝힌 작성자는 “아이가 수강신청은 하고 왔는데, 휴학을 권유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애가 이럴 줄 알았으면 치대로 갈걸 후회한다”고 밝혔다.

혼란을 수습할 정부마저 내년 의대 정원 규모를 두고 부처 간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3058명 동결’ 의지를 드러냈지만, 보건복지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열린 한 회의에서 “지난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제로베이스에서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현재까지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정원 동결’ 주장을 반박했다.

더욱이 교육부는 이달 초 발표하려던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도 계속 미루다 결국 개강 이후인 3월로 연기했다. 교육부는 이날 “의학교육 지원 방안은 2월 중 발표가 어렵다”며 “의학교육 정상화와 질 제고를 위해 의대 교육 주체인 대학 및 의대협회(KAMC) 등과 협력해 의학교육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의-정 갈등의 혹독한 겨울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날 입학식도 생기 넘치지 않았다. 3년째 중앙대 의대 입학식 진행을 도운 재학생 학부모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불참하긴 처음”이라며 “보통 온 가족이 총출동하고 1~2명 불참하는 정도인데 교육 정상화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다른 의대에 재도전하거나 군대 가려는 학생들이 안 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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