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1기 팹 착공에 들어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경.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투자하는 경기 용인반도체 공장이 간신히 첫 삽을 떴다. 계획을 발표한 지 무려 6년 만이다. 인허가, 토지보상, 용수·전력 공급까지 하나하나 다 발목이 잡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면밀한 준비를 했더라면 이런 허송세월은 없었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415만㎡ 부지에는 소재·부품·장비 협력 단지와 인프라 단지가 함께 조성된다. 회사 측은 이 클러스터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생산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2019년 2월 계획 발표 당시 착공 목표는 2022년이었다. 하지만 지뢰밭투성이였다. 공업용수를 끌어오는 데 여주시와, 또 하수를 방류하는 데 안성시와 갈등을 겪었다. 주민들과의 토지보상 협의에도 1년 5개월이 걸렸고, 심지어 발전소 착공 허가권을 쥔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문을 넘어서는 데도 4개월이 필요했다.
그사이 경쟁국들은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했다. 특히 일본은 작년 구마모토 TSMC 공장을 단 20개월 만에 완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기존 공장을 증설하고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땜질 대응으로 버텨왔다. 아직도 준공까지 2년여를 더 기다려야 한다.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는 용인에 막대한 규모의 전기와 용수가 필요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드는 걸 두고 애초 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강행키로 했다면 정부와 기업, 지자체가 시작 단계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한 조율을 했어야 한다. “물길 허가를 안 내주겠다”고 버티던 여주시장이 감사원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지자체와 주민들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도 송전선 문제로 5년을 끌었다. 정부가 국가산업단지로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또한 예정대로 2026년 말 착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해외에 공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말 많은 ‘주52시간 근로제 제외’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일일 것이다.